[정혜신 원장의 ‘레이디 티’] ⑤필드서 안 깨지려면

  • 입력 2008년 10월 29일 08시 27분


10번중 7번 비거리 같게 연습을

골프채를 잡기 시작하면 “언제쯤 필드에 나가면 될까요?”라고 묻는다. 어떤 이는 한두 달 연습장을 다녔으면 곧 바로 필드에 나가서 분위기를 익히라고 권유하는가 하면, 또 어떤 이는 기본기를 확실히 다지고 나가라고 말한다.

두 가지 다 일리가 있는 얘기다. 기본기에 충실해야 함은 물론이고, 현장 경험 또한 중요하다. 필드에 나가는 것을 결정할 때 성급함은 금물이지만 지나치게 신중한 것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는 일단 저지르고 보는 성격이라, 골프채를 잡은 지 두 달 만에 필드에 나갔다. 그 도전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던 이유는 두 달 동안 거의 매일 연습장에 나갔기 때문인데, 결과는 와장창 깨지고 돌아왔다. 그 날 이후 골프의 쓴맛을 알았고 달콤함도 맛보았지만, 필드에서의 첫 경험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필드의 어려움은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그래서 저마다 의견이 분분한 것인지 모른다.

필드에서는 단 한번의 기회만 주어진다. 연습장에서처럼 타석 아래서 올라오는 볼을 마냥 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한 번 친 볼이 잘 날아가는 것도 아니다. 클럽은 제멋대로 휘둘러지고 볼은 사방으로 날아간다.

그나마 철저하게 무너지고 골프란 어떤 것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다시 열심히 연습하자는 도전 의식이 활활 타오른다면 그것은 성공한 출발이다. 그렇지만 어떤 경우에는 이렇게 당하고 나면 골프에 정나미가 뚝 떨어져 다시는 골프를 치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로 필드에 나가 고생을 하고 나서 골프를 포기한 사람을 여럿 보기도 했다.

내 경험상, 뭔가 저지르려면 최소한의 믿는 구석이 있어야 한다.

이를테면 짧은 기간이나마 늘 함께하며 손에 익힌 클럽에 대한 자신감이 믿음직한 비빌 언덕이 된다. 연습장에서 자기와 딱 맞는 클럽을 하나 정해서, 스윙을 했을 때 매번 같은 거리를 보낼 확률이 70%쯤 될 때까지 연습한다. 방향성은 중요하지 않다. 연습장에서 익힌 거리 감각과 방향성은 필드에 나가면 순식간에 무너지기 때문이다. 뭐든 믿는 게 있으면 더 당당해 지기 마련이다.

정 혜 신 피부과 전문의로 SBS ‘잘 먹고 잘 사는 법’ 의 공동진행을

맡고 있다. 골프경력 5년의 골프마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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