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투수’ 선발 직무유기에 ‘허리’가 휜다

  • 입력 2008년 10월 21일 08시 45분


PS 5이닝 채운 투수 ‘달랑 3명’…매일 대기 미들맨 등 불펜 혹사

메이저리그에서 ‘선발투수’는 ‘스타팅 피처’(Starting Pitcher)라고 부른다. 줄여서 ‘스타터’(Starter)라고도 한다.

국내에서 ‘선발’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선발투수를 일컫는 것과 똑같다. 타자도 선발출장이라고 하지만 ‘스타터’가 선발투수로 대표되는 것은 그만큼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야구는 선발투수가 공을 던져야 게임이 시작된다는 뜻도 담고 있다.

선발투수는 최소 5이닝을 던져야 승리투수가 된다. 5이닝을 던지지 못하면 아무리 훌륭한 투구를 해도 승리투수가 못된다. 즉 선발투수로 분류되려면 ‘5이닝’은 최소한의 덕목이라 할 수 있다.

고전야구에서는 선발투수라면 완투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됐고, 더블헤더에서 연속등판하기도 했다. 이틀 연속 선발등판하는 투수도 흔했다.

그러나 현대야구에서 선발투수에게 이런 과중한 의무를 부과하지는 않는다. 셋업맨, 미들맨, 롱릴리프, 클로저(마무리투수) 등 불펜도 세분화되고, 불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팀마다 선발투수는 대략 5명으로 정해지며 한번 선발등판하면 보통 4일 휴식 후 5일째 다시 마운드에 오른다. 현대야구에서 정상적인 선발투수라면 7이닝 가량의 투구와 100개 안팎의 투구수를 요구한다. 그 이상을 던지는 특별한 투수들은 ‘이닝 이터’(Inning Eater)라는 자랑스러운 호칭도 붙는다. 다만 포스트시즌에서는 팀마다 대개 3인 혹은 4인 선발로테이션을 꾸린다.

그러나 한국프로야구에선 포스트시즌 들어 선발투수들이 자신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말 그대로 가장 먼저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지는 투수에 불과하다.

준플레이오프 3경기와 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선발승을 거둔 투수는 PO 3차전의 삼성 윤성환(5이닝 1실점)밖에 없다. 5이닝을 채운 투수도 준플레이오프 1차전의 삼성 배영수와 플레이오프 3차전의 두산 이혜천을 포함해 총 3명 뿐이다.

5이닝을 채우지 못하는 것은 심하게 말하면 선발투수의 직무유기다. 다른 투수에 비해 휴식을 보장받았음에도 매일 대기하는 불펜에 책임과 하중을 떠넘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플레이오프를 두고 ‘불펜 시리즈’라고 칭하고 있지만 불펜은 어디까지나 경기 후반에 힘을 써야하는 투수들이다. 선발투수 상실의 플레이오프, 불펜투수들이 혹사당하고 있다.

대구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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