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답답했던 후반기 추락… 잘못 가르친 내 책임이지”

  • 입력 2008년 10월 7일 08시 31분


한화 김인식(61) 감독은 올 가을 모처럼 한가하게 시간을 보내게 됐다. 가을잔치의 단골주역으로 해마다 이맘때면 팬들은 물론 취재진의 사랑(?)을 독차지하곤 했던 김 감독이다. 그러나 올 가을은 4강 문턱에서 주저앉는 바람에 단풍이 물들어가는 대전구장에서 일찌감치 마무리훈련을 지도하게 됐다. 한화와 김 감독의 2008시즌은 드라마틱했다.

개막과 동시에 연패의 늪에서 허우적대더니 어느 틈엔가 절대강자 ‘SK의 대항마’로 떠올랐고, 4강 티켓 한 장은 예약해둔 듯한 호성적(56승46패)으로 전반기를 마쳤다. 그러나 베이징올림픽이 끝나자 모든 사정이 급변했다.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다’고들 하지만 한화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결국 채 한달도 안지나 4강권에서 멀어지는 비애를 맛봤다. 후반기에만 8승16패. 김 감독과 한화에는 과연 무슨 일이 있었을까.

○냉정 - “근본적으로 실력이 달렸다”

한화의 몰락 이유에 대해 김 감독은 “근본적으로 실력이 달렸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전반기에 의외로 (더그) 클락이 잘 했는데 7월(실제는 6월 말) 부상 이후 타율이 2할도 안됐다. 게임에 안 내보낼 수도 없고, 곧 회복되겠지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 어긋났다”고 덧붙였다.

정규시즌 개막 이전 여러 전문가들은 SK를 최강으로 분류하고 두산, 삼성, 한화, KIA를 중간전력으로 평했다. 롯데의 급부상을 제외하곤 얼추 예상에 부합하는 시즌 순위가 나왔다. KIA의 부진에 비하면 사실 한화는 선전한 편으로 볼 수도 있다. 그만큼 한화의 전력은 취약했다.

실제로 한화가 2위 두산에 게임차 없이 승률에서 단지 5리 뒤진 3위로 전반기를 마감했을 때도 한화의 팀 방어율(4.48)과 팀 타율(0.263)은 모두 뒤에서 3번째에 불과했다. 중심타선과 에이스 류현진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컸다. 사령탑이 ‘운용의 묘’를 발휘한 덕에 투수진의 노령화, 얇은 선수층으로 대변되는 팀의 아킬레스건이 한동안 가려졌을 뿐이다.

클락의 부진은 결정적이었다. 전반기 팀이 치른 102게임 중 딱 한경기에 결장한 클락은 377타수 102안타(타율 0.271) 18홈런 62타점 23도루로 펄펄 날았지만 후반기 24게임에서는 고작 95타수 14안타(타율 0.147) 4홈런 17타점 2도루로 180도 달라졌다. 6월 27일 문학 SK전에서 1루수 박정권과 충돌한 뒤로 이상증세를 보이다 후반기 들어 완전히 ‘망가진’ 것이다.

○열정 - “내가 못가르쳤다”

쌍방울(1991-1992년)과 두산(1995-2003년)을 거쳐 2005시즌부터 한화를 맡은 김 감독이 지난해까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적은 창단팀 쌍방울에서 보낸 2년간과 두산 시절이던 1996, 1997, 2002, 2003년 등 6차례였다. 한화에서는 이번 시즌이 처음이다.

김 감독은 “후반기 시작하고 윤규진이랑 최영필이 부상을 당해 투수쪽에 걱정이 많았는데 오히려 투수는 괜찮았다. 이상스레 연장이 많았는데 결국 한점 승부에서 방망이가 고비를 못넘겼다. (클락과 더불어) 추승우, 김태완, 김민재도 역시 후반기에 부진했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이 방법, 저 방법을 다 궁리했는데 안 됐다. (후반기) 한 10경기 정도 넘어서니 화도 나더라. 그러다 문뜩 ‘내가 못가르쳤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일 답답한 시즌이었다”고 털어놓았다.

후반기 부진했던 선수들을 스토브리그에서 어떻게 처리할까.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역시 클락과의 재계약 여부. 김 감독은 “좀더 종합적으로 검토해봐야겠다. 클락이 후반기 막판 조금 살아나는 기미를 보여 헷갈린다”고 밝혔다. 용병으로는 사상 처음 30세이브 고지를 등정한 마무리 브래드 토마스에 대해서는 “재계약 의사를 굳혔다”고 설명했다.

송진우(42·6승8패), 구대성(39·2승3패9홀드), 문동환(36·휴업), 정민철(36·6승10패) 등 노장투수진 정비 문제에 대해서도 “세대교체? 좋은 얘기다. 그런데 선수가 있어야지”라며 “이 지역(대전·충청지역)에서 몇 년간 좋은 재목이 안나왔다. 1차 (연고)지명을 근 5년간 (1군에서) 못쓰고 있지 않느냐”며 인위적인 물갈이에는 선을 그었다.

○의욕 - “투수를 끌어올려야지”

김 감독과 한화는 올해 분명히 실패한 한 시즌을 보냈다. 그러나 산전수전 다 겪은 백전노장이 실패에 움츠러들 리는 만무하다. 김 감독은 “마무리훈련을 잘 해서 테이블세터들을 키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몇 년간 거듭해서 가을잔치에 참가하느라 지친 투수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취하도록 여유를 줄 요량이다. 김 감독은 “투수를 끌어올려야지. 그나마 유원상이랑 김혁민이 후반기에 많이 올라와(등판할수록 안정감을 찾아) 화 났던 게 많이 가라앉았다”라며 의욕을 불태웠다.

그러나 김 감독에게도 고민이 있다. 상대적으로 경험이 적은 어린 선수들을 집중 조련할 환경이 마땅치 않은 현실 때문이다.

김 감독은 “올해부터는 마무리훈련을 해외로 못나가게 단장회의에서 정해놓아 걱정이다. 11월 5일 넘어가면 (국내에서) 훈련을 못하는데…. 올해 못한 팀들은 훈련을 몇배로 해야 하는데 장소가 마땅치 않다”고 한숨지었다. 이어 “지금이 어느 땐데 해외로 훈련하러 나가고 싶어하겠어. 우리 날씨가 추워서 해외에서 마무리훈련을 해온 건데 현장의 실정을 감안해줘야지”라며 단장회의의 일방적인 해외 마무리훈련 중지 결정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대전|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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