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창]육상없이 스포츠 강국?

  • 입력 2008년 8월 20일 02시 59분


2011년 대구 세계육상 상상하면 ‘아찔’

육상은 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47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인기 종목이라 입장권 구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국내 육상 경기장은 늘 비어 있다. 유명한 선수도 없고 기록도 한참 뒤지니 재미있을 리 없다.

18일 육상 남자 세단뛰기에 출전한 김덕현(23·광주시청)은 예선에서 탈락했다. 한국기록(17.07m) 보유자인 그는 출전 소감을 얘기하다 박태환(19·단국대)으로 화제를 돌렸다.

“박태환은 전담 팀까지 만들어 지원했다면서요. 종목이나 선수에 대한 투자를 먼저 하고 기록을 바라야 하는데 육상은 그런 게 너무 부족해요.”

물론 박태환은 전담 팀이 꾸려질 만했다. 2006 도하 아시아경기에서 3관왕에 올라 올림픽 메달 가능성을 높였기 때문이다.

이날 허들 110m에 출전해 예선을 통과한 이정준(24·안양시청)은 “한국에 전화해 보니 아예 중계도 안 했다고 하더라. 너무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유명하지 않다고 중계를 안 하고 예선이라고 언론에서도 무관심하니 스타가 되기는커녕 얼굴을 알아보는 사람도 없다.

박태환의 자유형 400m 결선을 앞두고 대한올림픽위원회(KOC)는 국내 기자들을 상대로 입장권 추첨을 했다. 기자석이 부족해 대회조직위원회에서 입장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4년 전 아테네에서만 해도 한국 수영은 육상처럼 푸대접 종목이었다.

육상이 당장 인기 종목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관심이 없다고 투자를 안 하면 하늘에서 육상 천재가 떨어지지 않는 한 달라지는 건 없다. 관심의 대상은 변하기 마련이다.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은 연일 관중으로 북적이지만 한국을 응원하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지금부터라도 준비하지 않으면 2011년 육상세계선수권이 열리는 대구에서 한국은 ‘들러리’가 될 수밖에 없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박태환이 수영 자유형에서 세계 정상에 오르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육상 박태환’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금메달 10개로 종합 10위를 노리는 한국이지만 역대 올림픽에서 우승하는 종목은 늘 비슷했다. ‘격투기 강국’ ‘양궁 강국’은 될 수 있어도 육상이 빠진 ‘스포츠 강국’은 어째 겸연쩍다.

베이징=이승건 기자 wh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