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스포츠 이것이 궁금하다

  • 입력 2008년 8월 4일 03시 02분


《출신 성분에 따라 사회 진출이 엄격하게 제한되는 북한이지만 스포츠 스타는 자본주의 국가 못지않게 대우를 받는다. 북한 체육의 궁금한 점을 알아본다.》

■ ‘등급’ 보면 실력 안다?

등급 5단계… 정성옥 ‘공화국영웅’ 최고

대부분 국가에서 스포츠 선수의 실력을 가늠하는 척도는 단순하다. ‘프로에서 뛰어 봤어?’ 혹은 ‘국가대표 해 봤어?’ 정도. 북한은 다섯 단계로 명확히 나눈다.

체육명수-공훈체육인-인민체육인-노력영웅-공화국영웅이다. 앞 세 단계는 운동선수에게만 해당되고 뒤의 두 개는 인민 전체가 대상이다.

대표팀 경력이 있으면 체육명수다. 자기 종목에서 국내 정상급 실력을 갖췄으면 공훈체육인이 된다. 이 단계부터 연금이나 숙소 혜택이 있다.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 등 주요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따면 인민체육인으로 불리며 일반인과는 비교할 수 없는 초특급 대우를 받는다.

북한의 유도 영웅 계순희는 인민체육인이면서 노력영웅이다. 1996년 세계체조선수권 안마 우승자인 배길수도 노력영웅. 1999년 세계육상선수권 여자 마라톤 우승자인 정성옥은 북에서 가장 권위 있는 공화국영웅까지 올랐다.

■ 한국처럼 실업팀도 있다?

중앙 20개-지방 20개 ‘체육단’ 운영

사회주의 국가인 만큼 기업 이름을 붙인 팀은 없고 대부분 ‘×× 체육단’으로 부른다.

학교 체육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선수를 배속시켜 전문 체육인으로 육성하는 기능을 한다. 중앙 단위 체육단이 20여 개, 기타 각 도에 구성된 체육단을 포함하면 약 40개가 있다.

대표적인 체육단으로는 4·25체육단, 2·8체육단 등이 있다. 특히 4·25체육단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직접 보고를 할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다. 인민군 소속이기 때문에 오전에는 군사 훈련을 한다.

인기, 비인기 종목 구분이 뚜렷한 한국과 달리 북한 체육단은 전 종목에 걸쳐 여러 선수를 확보하고 있다. 북한에서 운동에 소질이 있는 학생이라면 체육단에 입단해 운동을 계속하게 된다. 비인기 종목 선수는 갈 곳이 별로 없는 한국에 비해 ‘취업문’이 훨씬 넓은 셈이다. 경기력이 떨어지면 군대에 가야 한다.

■ ‘대표팀 요람’ 안골체육촌은?

태릉과 잠실운동장 합친 것 같은 역할

한국에 태릉선수촌이 있듯 북한에는 안골체육촌이 있다. 모든 운동선수가 꿈꾸는 곳이다. 안골체육촌을 들락날락할 정도면 이미 ‘체육명수’ 수준에는 오른 것이다.

1988년 9월 평양 만경대 구역 안골에 자리 잡았다. 축구와 육상을 할 수 있는 안골경기장을 시작으로 핸드볼 수영 탁구 농구 배드민턴 역도 배구 체조 양궁 등 각종 전용 체육관과 피로회복관, 체육인 식당 등이 2km 정도의 거리를 따라 순차적으로 설립됐다.

종합경기장인 안골경기장은 2만5000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데 1989년 7월 제13차 평양세계청년학생축전을 열기도 했다. 태릉선수촌이 주로 훈련 위주로 돌아가는 것에 비하면 안골체육촌에서는 훈련은 물론 경기도 열린다.

태릉선수촌과 잠실종합운동장 역할을 동시에 하는 셈이다. 계속된 경제난 때문에 최근 훈련 여건은 좋지 않다.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겨울에는 전기와 물 공급을 중단한다.

베이징=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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