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강국을 배운다]<2>美올림픽위원회 CEO 제임스 셰어

  • 입력 2008년 6월 20일 03시 03분


인터뷰 전 악수를 했다. 손힘이 엄청나다. 두 차례 레슬링 월드컵 챔피언에 올랐고 세계선수권에서 은 2, 동메달 1개를 땄던 손이다. 1988년 서울 올림픽에 출전했지만 일본의 오타 아키라에게 종료 직전 역전패를 당해 메달을 놓쳤다. 그 손은 2003년 3월부터 세계 최강 미국 스포츠의 행정을 장악하고 있다. 미국올림픽위원회(USOC) 최고경영자(CEO) 제임스 셰어(47·사진) 씨를 만났다.

―선수 출신의 첫 CEO라고 들었다.

“첫 올림픽 선수(Olympian)가 정확하다. 선수들의 생활을 잘 알기 때문에 업무를 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선수 시절부터 스포츠 행정에 흥미가 있었고 계속 공부했다.”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당연한 미국에서 선수 출신 명사는 숱하다. 올림피언임을 강조하는 그에게서 올림픽이 갖는 무게와 상징성이 느껴졌다. 셰어는 네브래스카대를 졸업한 뒤 미국 최고 경영학석사(MBA)과정으로 인정받는 노스웨스턴대 켈로그 스쿨을 마쳤다.

―서울 올림픽은 어땠나.

“수많은 자원봉사자를 비롯해 국민 모두가 올림픽 성공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한국 기자를 만난 것은 그때 이후 처음이다(웃음).”

―이번 대회에서 중국은 안방의 이점을 업고 첫 종합 1위를 노리고 있다.

“잘 알고 있다. 중국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보다 20% 이상 메달을 더 얻기 위해 훈련하고 있다. 어느 정도 홈어드밴티지는 예상하고 있다.”

―베이징의 대기오염이 심각한데….

“그건 당장 고치거나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실외에서 경기하는 선수들에 대해 과학적인 대처 방법과 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3회 연속 종합 1위를 했다. 국민의 기대가 크지 않나.

“맞다. 하지만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물론 미국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지난 대회 금메달 36개를 포함해 102개의 메달을 땄는데 그 정도는 하고 싶다.”

―종합 1위를 지키겠다는 각오로 들린다.

“중국뿐 아니라 한국 독일 등 강한 나라가 많기 때문에 순위를 예측하기 힘들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대회부터 러시아가 다시 부상할 것으로 본다. 연방 해체 후 주춤했지만 최근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다시 엘리트 스포츠 시스템을 정비하며 선수들을 키우고 있다.”

최근 러시아 선수단 고위 관계자는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금메달 38∼40개가 목표”라고 했다. 충분히 종합우승이 가능한 수치다.

―경제와 스포츠가 관련이 있다는 얘기인가.

“물론이다. 국가경제력이 뒷받침돼야 스포츠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 소질 있는 선수와 전문 인력을 키울 수 있다.”

―USOC가 추구하는 올림픽은….

“스포츠는 국민에게 감동을 준다. USOC가 최근 장애인올림픽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경기는 질 수도 이길 수도 있다. 올림픽 정신에 따라 국가 간의 선린과 우호를 앞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콜로라도스프링스=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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