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축구대표팀 감독 7년 만에 다시 맡아

  • 입력 2007년 12월 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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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돗개’ 허정무(52) 전남 드래곤즈 감독의 월드컵 도전이 시작됐다.

대한축구협회는 내년 2월 시작되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부터 대표팀을 지휘할 새 사령탑에 허정무 감독을 선임했다고 7일 발표했다.

허 감독은 1998년 10월부터 2000년 11월까지 대표팀을 맡은 지 7년 만에 다시 태극전사를 지휘하게 됐다.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 대표팀 바통을 넘겨준 마지막 국내파 감독인 허 감독은 움베르투 코엘류, 요하네스 본프레러, 딕 아드보카트, 핌 베어벡 감독에 이어 7년 만에 국내파 사령탑의 자존심을 세웠다.

○ 국내파 중 국제 경험 최고

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마이클 매카시 울버햄프턴 감독과 제라르 울리에 전 프랑스 대표팀 감독이 한국행을 거부하자 해외파 감독에 연연하다가는 월드컵 예선 준비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고 국내파로 급선회했다. 이영무 기술위원장은 “당초 외국인 감독 2명이 안 될 경우 국내파로 가기로 결정했고 2명의 후보 중 허 감독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대표팀 감독은 세계 축구의 흐름을 잘 읽어야 한다. 허 감독은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선수로 뛰었고 1990년 이탈리아, 1994년 미국 월드컵 코치, 1998년부터 2년간 대표팀 감독, 본프레러 감독 시절(2004년 6월∼2005년 8월) 4개월간 수석코치를 했다. 국내 지도자 중 경험 면에선 최고다. 전남을 FA(축구협회)컵에서 2년 연속 우승시킨 것도 가산점을 받았다.

조영증 기술국장은 “다른 감독들도 훌륭하지만 수많은 국제 경기를 치러본 허 감독이 가장 적임자였다”고 말했다.

○ 내년 2월 6일이 복귀 첫 경기

한국은 월드컵 예선에서 북한 투르크메니스탄 요르단 등 비교적 수월한 상대를 만나 허 감독으로선 당장 승패에 큰 부담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허 감독은 내년 2월 6일 홈에서 열리는 투르크메니스탄과의 월드컵 예선 첫 경기가 복귀 무대가 된다. 추후 기술위원회와 대표팀 첫 소집 일정, 평가전 등을 협의할 예정이다.

한국은 2월 중순 중국 충칭에서 열리는 동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북한 중국 일본을 만난다. 3월 26일엔 월드컵 예선 북한과의 원정경기가 있어 허 감독으로선 전 세계적 관심사인 남북 대결에 신경을 써야 할 형편이다.

○ 한국판 최고 승부사

허 감독은 1970년대와 1980년대 한국 축구를 빛낸 스타플레이어 출신. 전남 진도 출신으로 선수 시절부터 끈질긴 승부 근성을 보여줘 ‘진돗개’로 통한다.

1974년부터 1986년까지 12년 동안 대표선수로 뛰며 A매치 87경기에 나가 30골을 기록했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을 끝으로 은퇴한 뒤 1990년, 1994년 월드컵 때 각각 트레이너와 코치로 월드컵 현장을 누볐다.

1998년 10월부터 성인 대표팀과 올림픽 대표팀을 한꺼번에 지휘했지만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2승 1패를 하고도 8강 진출에 실패했고 그해 아시안컵에서도 준결승에서 무너지자 사퇴했다.

허 감독은 1996년부터 3년간, 2005년부터 2년간 K리그 전남 감독을 지내며 정규리그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지난해와 올해 FA컵을 연속 우승하며 승부사의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촬영: 서중석 동아닷컴 기자

▼“축구 넘어 내 인생 다걸기 선수들 정신력 재무장을”▼

“제 인생의 마지막으로 생각하고 모든 것을 걸겠습니다.”

허정무 감독의 얼굴은 비장했다. 7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 첫 마디가 “축구 인생을 넘어 내 인생을 모두 걸고 한국 축구를 위해 뛰겠다”였다.

허 감독은 “매 경기를 월드컵 본선으로 생각하고 임하겠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향해 차근차근 나아가겠다. 일단 월드컵 본선 진출이 당면 과제다”라고 말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한국 축구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는 총체적인 문제다. 선수들이나 지도자 모두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한다.”

허 감독은 “대표팀 선수라면 몸뿐만 아니라 정신 상태도 중요하다. 대표 선수라는 긍지와 함께 책임감과 사명감도 함께 갖고, 그라운드에서 쓰러질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며 “경기에 나설 때 몸과 마음이 최고가 아니면 프로가 아니다”라고 태극전사들의 자세를 강조했다.

그는 “대표 선수들의 실력뿐만 아니라 컨디션도 체크해 주전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며 향후 대표팀 관리 시스템이 철저한 평가 위주로 갈 것을 암시했다.

허 감독은 “현재 우리 프로 선수들은 과도기를 맞고 있다. 팬을 위해 몸과 마음을 최상의 상태로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주 기본적인 의무인데 그러지 않고 대우를 받으려는 선수가 있다. 철저한 프로 의식을 갖지 않으면 국제무대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며 다시 한 번 선수들의 프로 마인드를 강조했다.

허 감독은 “협회 관계자는 물론 팬들도 외국 감독이냐 국내 감독이냐 하는 편견을 버리고 성원해 주길 바란다. 그동안 외국 감독에 지원했듯이 대표팀을 밀어준다면 월드컵 예선은 물론 본선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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