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운대 아이스하키팀, 28년 전통 녹아내린다… 내년 팀해체 위기

  • 입력 2007년 10월 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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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 광운대 아이스하키팀을 살릴 길은 없을까.

광운대 아이스하키팀이 해체 위기에 처한 가운데 관계자들은 선수가 특정 대학에만 몰리는 국내 아이스하키의 구조적 문제와 광운대의 학내 갈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현재의 위기를 불렀다고 입을 모은다.

1979년 창단된 광운대 아이스하키팀은 지난해 팀이 전패에 빠지면서 성적 부진 문제가 나오자 학교 측은 올해 신입생부터 장학금 지급을 중단하고 내년 신입생은 모집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현재 8명인 광운대 아이스하키팀은 내년에 4명이 졸업하면 선수 4명만 남게 돼 사실상 팀이 해체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국내 대학 아이스하키팀은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 경희대 광운대 등 5팀이다. 그런데 매년 6개 고교에서 불과 25명 안팎의 졸업생이 배출되기 때문에 대학팀의 스카우트 전쟁이 뜨겁다.

하지만 소위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는 졸업생들이 특정 학교로만 몰렸기 때문에 광운대는 그동안 선수 수급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광운대 아이스하키팀은 전성기에는 30여 명의 선수가 활동했으나 올해는 고작 8명뿐. 20명이 넘는 다른 대학팀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광운대 아이스하키팀은 이미 올 신입생 3명 중 2명이 장학금 지급 중단을 이유로 학교를 그만뒀고 5월 열리려다 무산된 유한철배 전국대회에도 선수 부족을 이유로 출전을 포기한 바 있다.

아이스하키는 체력 소모가 크기 때문에 골키퍼를 제외하고 적어도 5명씩 3조로 15명 정도가 수시로 교체 투입되면서 경기를 치러야 하는데 8명의 선수로는 경기를 제대로 치를 수 없다.

광운대 측은 장학금 지원과 신입생 모집 중단의 가장 큰 이유가 ‘성적 부진’이라고 밝혔다. 광운대는 최근 3년간 30연패를 당하면서 최하위로 처진 것과 함께 전 감독들의 입학 부정 등 비리까지 겹쳐 팀 운영 의지를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광운대의 한 관계자는 “성적도 중요한 해체 원인이지만 그 이면에는 관선이사와 전 총장 간의 불편한 관계도 한몫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이스하키팀에 애정을 갖고 창단한 전 총장이 학교로 복귀하려 하자 이런 움직임을 막기 위해 현 총장과 관선이사가 아이스하키팀을 해체하려고 한다는 것.

한편 광운대 교수들과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아이스하키팀을 살리자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김남영 공대 교수는 “광운대의 상징물인 아이스하키팀의 갑작스러운 해체 위기가 안타깝다”며 “내년에 4명의 선수가 남으면 동아리팀을 구성해서라도 경기에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 어떻게든 아이스하키팀을 살리고 싶다”고 밝혔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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