맡으면 끝장 보는 ‘잡초 같은 리더’ 김경문 대표팀 감독

  • 입력 2007년 3월 7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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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 국가대표로 뽑힌 적도 없다. 프로에 와서도 마찬가지. 코치가 되어서도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공주고 3학년 때 친선대회에서 국가대표로 뽑힌 게 고작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야구 예선전의 국가대표 사령탑으로 선임된 김경문(49·사진) 두산 감독.

유력 후보였던 선동렬 삼성 감독이 극구 고사한 덕을 보긴 했지만 이번 인사에 대한 야구계 안팎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그는 선수 때나 감독 때나 잡초처럼 근성 있는 야구를 했다. 지면 졌지 느슨하게 하는 꼴을 못 봤다. 위기에 빠진 한국 야구를 되살릴 최고의 처방인 셈이다.

○ 3년 전 최하위 두산 맡아 한국시리즈 이끌어

2004년 처음 두산 감독이 됐을 때 팀 전력은 최하위권이었다. 에이스 게리 래스는 요미우리로, 톱타자 정수근은 롯데로 갔다. 그때 김 감독은 “핑계대고 싶지 않다. 감독으로서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고 했다. 그해 두산은 포스트시즌에 올랐다.

2005년 두산은 다시 꼴찌 후보였다. 병역비리 여파로 구자운 이재영 등 주축 투수들이 모두 빠져나갔다. 김 감독은 “주어진 상황에서 팀을 잘 꾸려 나가는 게 감독”이라고 했다. 두산은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김 감독이 잘 쓰는 말 중 하나는 “감독이라는 자리는…”이다. 분위기를 잡거나, 팀을 이끌어가는 카리스마는 단연 탁월하다.

○ 태극마크 단 적 없지만 카리스마 탁월

선 감독은 감독 자리는 고사했지만 투수 코치는 기꺼이 맡았다. 78학번인 김 감독은 81학번인 선 감독의 고려대 3년 선배다. 4명이 쓰는 기숙사에서 김 감독은 ‘방장’이었고 선 감독은 ‘방졸’이었다. 당시 두 사람은 모두 여드름으로 고생을 했는데 김 감독은 신입생이던 선 감독을 데리고 서울역 근처의 피부과를 다니기도 했다.

국제대회 경험이 많고 일본 투수들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있는 선 감독과의 친밀한 관계는 대표팀의 큰 힘이다.

○ 선동렬과 대학 선후배… 미-일 야구 잘 알아

경기 전 감독실에 들어가 보면 김 감독은 항상 TV로 메이저리그나 일본 야구를 보고 있다. 박찬호의 공주고 선배이기도 한 김 감독은 해외파 선수들에게 관심이 많다. 미국에서 야구 연수를 한 경험도 있어서 메이저리그나 일본 야구에도 조예가 깊다.

또 김 감독은 리더로서의 자질을 키우기 위해 외국 명감독들에 관한 책을 많이 읽는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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