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집규정 안지킨 협회 국제망신 자초

  • 입력 2007년 1월 17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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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열린 한국프로축구연맹 대의원 총회에 참석하고 나오는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의 표정은 어두웠다. 14개 프로 축구단들이 ‘카타르 8개국 초청대회에 출전하는 올림픽대표팀에 선수를 내줄 수 없다’고 최종 선언을 했기 때문이다. 프로구단들은 그동안 대표팀의 선수 차출에 대해 불만을 표출해 왔다. 많은 문제 제기와 불만이 쌓여 결국 선수 차출 전면 거부라는 형태로 터져 나온 것이다.

협회도 이번 카타르 대회만 끝나면 앞으로는 소집 규정을 철저히 따르겠다고 공언해 왔다. 소집 규정에 따르면 최장기 소집 기간은 월드컵 본선과 올림픽 본선 개막 30일 전이다. 나머지 경기들은 경기 2∼6일 전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규정대로라면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이 했던 것처럼 선수들을 몇 개월씩 소집해 장기 훈련을 하는 일은 힘들어진다.

올림픽대표팀과 성인대표팀을 동시에 이끌고 있는 핌 베어벡 감독은 2월 28일 예멘-팔레스타인전 승자와의 올림픽 2차 예선 첫 경기를 시작으로 거의 매달 올림픽 예선전을 치른다. 올림픽 예선전은 경기 3∼6일 전, 최종 예선전은 경기 5∼8일 전, 플레이오프까지 갈 경우는 경기 15일 전에 소집할 수 있다.

베어벡 감독은 히딩크와 딕 아드보카트 감독 시절 장기 훈련을 지휘했던 코치였다. 그로서는 프로선수를 수시로 차출할 수 있었던 때가 그리울 수도 있다. 히딩크와 아드보카트 감독 때에는 장기 소집 훈련으로 길러진 체력과 조직력으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규정대로 선수를 소집하게 되면 철저한 상대 분석과 맞춤 전술로 단기 승부를 보아야 한다. 그만큼 코칭스태프의 능력이 더 중요하게 된 것이다.

협회를 대표하는 김 전무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을 지냈다. 그는 올림픽 예선전을 통과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기 때문에 올림픽대표팀에 충분한 지원을 해주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관중 감소 등으로 위기에 빠진 프로구단들의 절실한 상황도 감안했어야 했다.

결국 협회의 안일한 사태 파악이 초청 대회 불참이라는 국제 망신을 산 꼴이 됐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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