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터치’ 박태환, 코치는 스포츠과학

  • 입력 2006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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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 신동’과 스포츠 과학의 절묘한 만남이 한국 수영을 빛나게 했다. 21일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 빅토리아에서 열린 2006 범태평양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1500m에서 15분 06초 11로 미국의 에릭 벤트(15분 07초 17)를 제치고 우승해 대회 2관왕에 오른 ‘한국 수영의 희망’ 박태환(17·경기고).

2004 아테네 올림픽 때 최연소(15세)로 출전해 부정 출발로 물살 한번 제대로 갈라 보지 못하고 짐을 쌌던 ‘미숙한 천재’인 그의 화려한 변신 뒤엔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체육과학연구원의 치밀한 전략이 숨어 있었다.

연구원 송홍선(운동생리학) 박사는 올 초 방준영 우원기 등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협의해 6개월 단위의 주기화 훈련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수영 금메달 만들기 프로젝트’가 가동된 것. 주기화 훈련은 운동의 강도를 주기적으로 높여 가며 운동 수행능력을 일정한 시점에서 극대화시키는 스포츠 과학적 훈련. 6개월을 주 단위로 쪼개 근력과 지구력, 스피드 강화 훈련을 시켰다.

먼저 물에 대한 타고난 감각에 비해 파워가 떨어지는 박태환에게 주당 3∼5회의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켰다. 하체를 보강하고 순발력을 키우기 위해 역도 선수들이 하는 파워 클린과 파워 스내치, 데드 리프트 등 고강도 훈련을 시켰다. 스타트가 늦었던 박태환이 18일 열린 남자 자유형 200m에서 참가자 중 가장 빠른 0.75초의 반응 시간을 기록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물론 지구력과 스피드를 올리기 위한 인터벌트레이닝도 50m부터 1500m까지 다양하게 실시했다. 박태환이 하루 평균 가른 물살은 18km.

첫 6개월을 마친 6월 전국소년체전 때 열린 대표팀 공인기록회 때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박태환이 자유형 100m(50초 39)와 200m(1분 48초 82)에서 한국기록을 세웠다. 주 종목이 400m와 1500m인 박태환이 단거리에서 한국기록을 세웠다는 것만으로도 훈련의 효과는 입증됐고 이번 대회에서 400m와 1500m를 석권하며 12월 카타르 도하 아시아경기대회는 물론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가능성을 높였다.

코칭스태프는 의도적으로 박태환의 승부욕을 자극했다. 스타로 발돋움한 박태환이 자칫 자만심에 빠질까 우려해 선수촌에 들어오면 코칭스태프가 더욱 엄하게 대했던 것. 이는 스포츠 심리학에 따른 자극 요법인 셈. 연구원과 코칭스태프는 스포츠 심리학에 따른 마인드컨트롤과 운동역학에 따른 자세 교정 등 스포츠 과학적 훈련으로 박태환을 ‘거물’로 키웠다. 물론 성실하게 코칭스태프의 지시를 따른 ‘천재’ 박태환의 노력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정슬기 평영 200m 한국新 동메달

한편 박태환에 이어 여자 수영의 정슬기(18·서울체고)도 빛을 발했다. 정슬기는 21일 열린 2006 범태평양수영선수권대회 여자 평영 200m 결선에서 2분 27초 09를 기록해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동메달을 획득했다.

정슬기는 반 빌룐(2분 26초 36·남아공), 아사미 기타가와(2분 27초 07·일본)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정슬기의 이날 기록은 자신의 종전 한국기록(2분 28초 02)을 경신한 것.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금 2개, 은 1개, 동메달 1개를 따냈으며 아시아 신기록 2개에 한국기록도 11개나 수립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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