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복 둘러멘 아이들 골목서 폼 잡던 풍경은 추억이 됐다

  • 입력 2006년 7월 7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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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경기 부천시의 한 태권도장에서 어린이들이 기본 동작을 익히고 있다. 이 도장은 태권도를 배우려는 어린이가 줄어들자 요가와 비만클리닉 등 주부를 위한 프로그램에 눈을 돌려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부천=원대연  기자
6일 경기 부천시의 한 태권도장에서 어린이들이 기본 동작을 익히고 있다. 이 도장은 태권도를 배우려는 어린이가 줄어들자 요가와 비만클리닉 등 주부를 위한 프로그램에 눈을 돌려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부천=원대연 기자
5일 오후 6시 반 경기 고양시 ‘청학태권도장’. 이 도장 어린이들이 모여 앉아 “니하오마(안녕하세요), 짜이젠(또 만나요)”이라고 외쳤다.

청학태권도장은 월 수 금요일 오후에는 태권도 수업에 이어 중국어와 한문을 가르친다. 중국어 수업을 위해 중국어 교사를 따로 두고 있다.

어린이들은 “태권도를 배우는 것 못지않게 중국어를 배우는 것도 즐겁다”며 재미있어 한다.

10년 전부터 도장을 운영하는 김성철(36) 관장은 “신입생이 점점 줄어 지난해부터 중국어를 함께 가르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인천의 태권도장 ‘태글리쉬 아카데미’는 최근까지 캐나다인 사범이 태권도를 가르쳤다. 영어와 태권도를 함께 가르친다는 점을 내세워 좋은 반응을 얻었다.

도장 이름도 ‘태권도와 잉글리쉬’를 합쳐서 만들었다. 캐나다인 사범이 체류 기한 만료로 한국을 떠나자 다른 외국인 사범을 구하는 중이다.

태권도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저출산 현상에다 인라인스케이트 같은 레저 스포츠 활성화로 태권도를 배우려는 어린이가 계속 줄어들기 때문.

1980, 90년대처럼 어린이들이 태권도복을 어깨에 둘러메고 골목에 몰려다니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국기(國技) 태권도’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라고 태권도장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일부 태권도장은 어린이 대신 성인을 도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경기 부천시의 ‘고려태권도’는 요가반과 비만클리닉을 운영한다. 두 과목 모두 중년의 주부들에게 반응이 아주 좋다.

도장 관계자는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만으로는 도장을 꾸려 가기 힘든 상황이 됐다”며 “성인용 프로그램을 적극 개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영, 웅변, 기호흡을 함께 가르치는 도장도 많아졌다.

대한태권도협회 유호윤 기획부장은 “1961년 협회 창립 이후 늘어나던 태권도 인구가 2004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며 “협회 차원에서 태권도 활성화 방안을 찾느라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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