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월드컵]‘色's 월드컵’…유니폼에 담긴 숨은그림 찾기

  • 입력 2006년 5월 31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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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프랑스 스위스 유니폼 국기색깔과 같아

올여름 내내 ‘붉게 살 수’ 있을 정도로 ‘붉은 선물’이 쏟아지고 있다. 인스턴트 밥을 사니 붉은 두건이, 화장품에선 붉은 티셔츠가, 음료수에선 붉은 헤어밴드가 나왔다. 사은품끼리 서로 ‘입을 맞춰’ 응원도 되고 기분도 좋은 ‘붉은 것’으로 하자고 약속이라도 한 것 같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염색업계에서 붉은 염색에 관련된 것은 부르는 게 값이 됐다. 2002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평소의 20배 이상 만들어 놓은 염색 시료는 이미 바닥을 드러냈다고 한다. 덕분에 신난 곳은 중국의 염색공장. 월드컵이 만들어내는 문화와 산업 전반의 파급력에 관한 적절한 예가 될 것이다.

이번에도 역시 우리는 붉은 신화를 생각하고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기억하는 세계의 축구팬이 대한민국을 뜨겁고 정열적인 나라로 인식하게 만든 게 바로 레드 이미지, 그것이었다.

축구의 유니폼은 국기 색깔과 동일하게 구성된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독일 스페인 프랑스 스위스 스웨덴 이란 토고 등이 국기에 들어 있는 색깔로 구성된 유니폼을 입는다. 그런가 하면 일본 이탈리아 네덜란드 호주는 이 원칙에서 벗어나 있다. 일본은 해양국가의 상징인 푸른색을 쓴다. 이탈리아 역시 지중해를 상징하는 파란색 유니폼을 입어 ‘아주리(이탈리아어로 푸른색) 군단’으로 불린다. 오렌지 색깔로 대표되는 네덜란드 역시 국기 색깔과는 상관없다. 거스 히딩크 감독의 호주 역시 국기와 상관없는 골드와 그린 컬러의 유니폼을 입는다.

○ 브라질 유니폼에 최초로 차이나칼라 디자인 도입

이번 월드컵에 새로 선보인 각국의 유니폼 디자인 역시 매우 흥미롭다. 축구 유니폼에 최초로 차이나칼라를 도입한 브라질, 와이드칼라의 오렌지 색 상의를 입는 네덜란드는 칼라의 변형으로 새로운 느낌을 전해 준다. 한일 월드컵에서 패션의 본고장인 국가 이미지에 맞게 타이트한 상의와 스트링이 돋보이는 하의를 입었던 이탈리아는 푸른색 티셔츠 위에 흰 브이넥 티셔츠를 겹쳐 입은 것 같은 혁신적인 디자인을 선보인다. 주최국 독일은 흰 바탕에 국기 색깔인 검정 노랑 빨강을 부드러운 곡선으로 디자인해 평범하면서도 친근한 느낌을 준다. 한국과 16강 진출을 놓고 맞붙을 프랑스 스위스 토고의 유니폼도 관심의 대상. 프랑스는 푸른색 바탕에 붉은 선과 흰 선을 사용한 디자인을 채용했다. 같은 붉은색을 주요 컬러로 사용하고 있는 스위스는 유니폼이 비교적 단순하다. 토고는 노랑과 초록 배색으로 부드러운 어깨선이 특징인 유니폼을 입는다.

○ 붉은 유니폼 입은 한국선수 더 크고 스피디하게 보여

우리의 붉은 유니폼은 지난번보다 더 따뜻한 빨강으로 바뀌었고 포효하는 호랑이 무늬가 대표팀의 허리를 받쳐 주며 한복의 네크라인이 떠오를 만한 브이넥이 특징이다. 그러나 다홍색에 가까운 붉은색은 동양인이며 햇볕에 많이 그을린 우리 선수들의 얼굴을 칙칙하게 보이게 하고 푸른색으로 쓰인 등번호와 이름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유럽 선수들과 비교해 더 크고 스피디하게 보일 수 있도록 했다는 배색은 성공했는지 모르겠지만 피부색을 고려하지 않은 다홍에 가까운 빨강은 적절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유니폼에 쓰인 ‘투혼’이라는 글자처럼 우리 선수들이 목숨을 건 듯 치열하게 움직이는 모습에서 유니폼은 그저 우리의 마음을 흔드는 붉은 단초에 불과하지 않을까.

조경아 패션 칼럼니스트

조경아 씨는 월간지 ‘GQ’와 ‘W KOREA’에서 피처 디렉터로 일했으며 현재는 ‘GQ’ 등 글로벌 라이선스 잡지에서 객원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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