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이제 '2시간 벽'에 도전한다

  • 입력 2003년 9월 29일 00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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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에서 인간의 한계는 어디인가.

28일 열린 2003베를린마라톤 남자 풀코스에서 폴 터갓(34)과 새미 코리르(이상 케냐)가 2시간4분55초와 2시간4분56초로 나란히 ‘2시간5분 벽’을 돌파했다. 이는 이제 ‘2시간 벽’이 깨질 날도 멀지 않았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인간의 한계’로 여겨지던 2시간6분 벽이 할리드 하누치(미국)에 의해 99년 10월 시카고마라톤(2시간5분42초)에서 깨질 때만 해도 2시간5분 벽을 넘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4년도 안 돼 터갓이 2시간4분대에 진입한 것은 ‘한계’는 무의미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스포츠 생리학자들은 앞으로 20년 안에 2시간벽도 깨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구소련 스포츠과학연구소는 1시간50분대까지 가능하다는 진단을 내놓은 적이 있다. 신발 등 스포츠 장비의 발달, 인간 신체의 변화에 갈수록 평탄한 마라톤 코스가 개발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 근거를 찾는다.

터갓이 세계 최고기록을 세운 베를린코스는 비교적 평탄하고 굴곡이 심하지 않아 기록의 산실로 불리고 있다. 이 코스에서 호나우두 다코스타(브라질)가 98년 당시 남자 세계 최고기록(2시간6분05초)을 세웠고 일본의 다카하시 나오코가 2001년 2시간19분46초로 ‘마의 2시간20분 벽’을 무너뜨리는 등 남녀 최고기록이 계속 쏟아지고 있다.

터갓은 오전 9시에 시작한 이날 레이스에서 서늘한 날씨와 낮은 습도 등 최상의 조건을 업고 경이적인 질주를 펼쳤다. 그는 레이스 직후 “몸 상태와 날씨가 너무 좋아 세계기록 작성을 예감했다”고 말했다.

세계 유명마라톤대회 주최측이 기록 향상을 위해 언덕 등 난코스를 배제하고 대신 평탄하고 내리막 코스로 계속 조정하고 있다. 베를린 런던 시카고 로테르담 마라톤 등이 ‘기록의 산실’로 꼽히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편 여자부에선 하시모토 야스코(일본)가 2시간26분32초를 기록해 키무리아 에밀리(2시간28분18초·케냐)를 제치고 우승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연도선수(국적)기록
1908존 하예스(미국)2시간55분18초
1909투레 요한슨(스웨덴)2시간40분34초
1913해리 그린(독일)2시간38분16초
1935손기정(한국)2시간26분42초
1952제임스 피터스(독일)2시간20분42초
1965모리오 시게마쓰(일본)2시간12분00초
1999할리드 하누치(미국)2시간05분42초
2002할리드 하누치(미국)2시간05분38초
2003폴 터갓(케냐)2시간04분55초

▼세계최고기록 경신 폴 터갓▼

‘크로스컨트리→하프마라톤→1만m→마라톤.’

28일 독일 베를린마라톤에서 2시간4분55초로 세계최고기록을 작성한 폴 터갓은 마라톤과 1만m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여 왔지만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던 ‘2인자’. 터갓은 이번 베를린마라톤이 여섯 번째 마라톤 완주 도전. 그는 2시간5분48초의 역대 2위 기록을 갖고 있었지만 주요 대회에서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터갓은 지난해 4월 할리드 하누치(미국)가 세계최고기록(2시간5분38초)을 작성하던 당시 10초 뒤져 2위에 그쳤고 1만m에서는 트랙의 신화로 불리는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에티오피아)의 벽에 막혀 시드니올림픽에서 은메달에 그쳤다.

터갓이 마라토너로서는 ‘환갑’을 넘긴 30대 중반의 나이에 세계기록을 작성할 수 있었던 것은 특유의 성실성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

국제대회에서 터갓을 세 차례나 지켜봤다는 삼성전자 육상단의 조덕호 과장은 “아프리카 마라톤 선수들이 세계 정상급에 오르게 되면 훈련을 게을리 하는 경향이 있지만 터갓은 오로지 달리기만 하는 선수였다”라고 평가했다.

정재윤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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