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전 90분 드라마]이렇게 하나된 적이 있었던가

  • 입력 2002년 6월 15일 02시 01분


14일 오후 8시반.

그라운드에 선 한국 축구 대표 선수와 거리를 가득 메운 시민, TV 앞에 앉은 국민의 얼굴에 똑같은 비장감이 흘러넘치는 가운데 경기 시작 휘슬이 울렸다.

한 발만 잘못 디뎌도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긴장감에 모두의 손은 땀으로 가득 찼다.

말 그대로 살얼음판 같은 긴장이 흐른 지 3분. ‘한국의 16강 진출을 돕겠다’고 호언장담하던 폴란드가 선취골을 터뜨리자 전국은 일제히 환호성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다시 2분 뒤. 폴란드의 두 번째 골이 이어지며 전 국민을 짓누르고 있던 16강 탈락의 걱정이 조금은 덜어졌다. 비기기만 해도 되고 지더라도 3골 차 이상으로 지지 않으면 되기 때문이었다.

전반 중반 무렵 포르투갈 선수 한 명이 퇴장당하자 국민들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던 걱정은 16강 진출의 자신감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다리는 골은 좀처럼 터지지 않았고 아쉬움 속에서 전반전이 끝났다.

국민의 아쉬움이 전해진 듯 후반전 시작과 함께 한국팀은 다시 포르투갈을 거세게 몰아 붙였고 응원전도 다시 불이 붙었다.

잠시 뒤 다시 폴란드가 세 번째 골을 터뜨렸다는 낭보가 전해지는 순간 전국은 안도감을 넘어서 16강 진출의 기쁨에 열광했다.

이에 화답하듯 후반 25분경 그렇게 기다리던 골은 박지성의 발에서 터져 나왔고 전 국민은 순간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서로를 얼싸안고 하나가 됐다.

이제 더 이상 한국의 16강 탈락 걱정은 없어졌다.

오히려 여유가 넘쳐 선수들이 계속되는 결정적인 골 찬스를 놓쳐도 아쉬움보다는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포르투갈의 16강 동반 진출을 위해 포르투갈의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오거나 한국팀 골키퍼 이운재의 손을 맞고 나올 때마다 아쉬운 탄식을 보내기도 했다.

90분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길게 경기장에 울려 퍼지고 한국이 조 1위로 16강 진출을 결정짓는 순간 전국은 환희로 가득 찼다.

‘이젠 8강이다’는 외침이 거리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이현두기자 ruchi@donga.com

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