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올림픽 통해 다민족 결속력 다진다"

  • 입력 2000년 9월 13일 18시 27분


시드니 하이드파크의 시민들
시드니 하이드파크의 시민들
12일 올림픽 성화가 봉송된 시드니 북쪽 마리온스트리트 길가에는 호주 백인뿐만 아니라 이태리계 그리스계 아랍계 베트남계 중국계 등 다양한 민족의 사람들이 자녀들을 데리고 나와 호주 국기를 들고 사진을 찍거나 차를 마시면서 성화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호주 사회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이곳 학자들은 무엇보다도 올림픽이 이처럼 다양한 민족이 뒤섞여 살아가는 호주 사회의 결속력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한다. 호주 인구의 23%가 다른 나라에서 이민온 사람들.

‘호주 재창조(Reinventing Australia)’란 저서로 호주를 대표하는 지성으로 꼽히는 컬럼니스트 휴 맥케이는 “다민족사회로 변모하면서 문화적 혼란상태를 겪어온 호주에서 올림픽은 모든 민족을 축제의 장으로 이끌어 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크리켓이나 럭비 테니스 등은 ‘오시(Aussie·호주 백인)’만의 전유물로 인식되어 있어 사회 결속의 도구로 활용되지 못했다는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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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사람들의 일상

리처드 워터하우스 시드니대 역사인문대학장은 “스포츠를 영국 식민지의 열등감을 극복하는 수단으로 사용해온 호주 국민들이 올림픽을 호주 사회의 성숙을 알리는 절호의 기회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실제로 시드니 시민들은 호주가 크리켓 경기에서 영국을 이기고, 데이비스컵 테니스대회에서 미국을 꺾었던 스포츠 강국이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얘기하곤 한다. 이들은 쟁쟁한 미국 선수를 제치고 세계 신기록을 세운 올림픽 수영선수 이안 소프를 ‘국민적인 영웅’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데일 애트란스 교수(심리학과)는 호주의 보통 사람들이 올림픽 대표 선수들의 멋진 몸을 닮기 위해 운동에 전념하거나 패션을 쫓아가는 등 올림픽이 침체된 호주 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림픽이 호주 사회에 미칠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시드니 거리는 지금 전세계에서 몰려온 관광객 선수단 올림픽 관계자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많은 사람들이 올림픽 오륜기나 시드니올림픽 로고가 새겨진 옷과 모자에 올림픽 출입증을 목에 건채 삼삼오오 몰려 다니며 축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스티브 조가키스 교수(교육학)는 “조용했던 관광도시에 전세계에서 밀물처럼 몰려왔던 사람들이 빠져나가면 남은 사람들은 정신적 박탈감이나 허탈함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올림픽으로 적자라도 본다면 저소득층 사이에 ‘즐긴 사람들은 가진 사람들인데 뒷감당은 가난한 사람들이 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팽배해져 국민적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호주의 저명한 미래학자 필 루스벤은 “92년 스페인은 유럽에서 가장 높다는 실업률이 올림픽 준비기간 동안 22%에서 18%까지 떨어졌다가 바로셀로나 올림픽이 끝난후 다시 20%대로 올라가면서 사회적으로 큰 논란거리가 된 바 있다”고 전했다. 이곳 경제학자들은 올림픽 후광이 사라지는 내년에는 뉴사우스웨일즈주(洲)의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시드니〓신치영·윤정훈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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