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戰 패배 문제점]한국 「아킬레스건」은 개인기

  • 입력 1998년 6월 15일 19시 53분


“왜 졌을까.”

한국이 98프랑스월드컵 E조 예선 1차전에서 멕시코에 참패를 당하자 그 원인에 대해 갖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중 가장 많은 주장은 개인기가 외국선수들에 비해 너무 처진다는 내용. 브라질의 자갈로 감독은 “펠레나 마라도나 같은 선수들에게는 작전이나 전술이 필요없다”고 말할 정도로 개인기는 중요하다. 한 명이 퇴장당해 10명으로 뛰더라도 선수들이 개인기만 갖추고 있다면 경기의 흐름을 조율해가며 상대의 공격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

멕시코전에서 한국선수들의 드리블은 영점에 가까웠다. 패스는 끊기기 일쑤였고 수비진은 볼을 잡고도 어쩔줄 몰라 멀리 차내는데 급급했다.

유럽이나 남미선수들과는 달리 한국 선수들은 왜 개인기가 부족할까. 잔디구장이 부족해서일까. 아니면 아시아인의 신체적인 특성때문일까. 둘 다 아니다.

전문가들은 개인기를 닦는데 잔디구장과 맨땅의 차이를 10% 정도로 보고 있다. 맨땅에서는 다칠까봐 위축되는 심리적 불안감은 있지만 개인기 연마에 큰 불편은 없다는 것.

문제는 한국축구의 틀. 특히 신체 발달이 현저한 유소년 시기의 축구체계가 문제라는 것.

한국은 7대7축구를 도입한 유럽이나 남미와 달리 초등학교 시절부터 성인용 구장에서 11대11 축구를 한다. 성인구장의 절반을 사용하는 7대7 축구에서는 선수들이 볼을 만지는 기회가 많아지고 좁은 공간에서의 볼 컨트롤 능력이 크게 향상된다.

반면 11대11 축구를 하면 아직 몸집이 작은 초등학생들은 드넓은 운동장을 종횡으로 뛰어다니며 달리기 연습만 하다가 끝난다.

클럽제로 운영되는 외국과 달리 학교 위주로 운영되는 축구도 문제다.

지도자들이 ‘학교의 명예’를 건 승패에만 집착하다보니 대부분 고학년 선수들이 대회에 참가하고 저학년 선수는 제대로 된 축구교육을 받지 못할 뿐더러 대회에 나가 뛸 기회도 거의 없다는 것.

해결책은 없을까.

축구전문가들은 “우선 소년체전을 비롯해 각종 초등학교 축구대회를 7대7경기로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 상급학교 진학시 선발기준을 팀 성적이 아니라 개별 선수들의 능력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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