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다 목숨 잃은 근로자 올해만 14명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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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 산재 예방 강화 대책 마련
작년 한 해 동안 42명 산재로 사망… 사망사고 67% 건설-제조업서 발생
사업장 4698곳 대상으로 전수 조사
공공기관 발주 공사 땐 현장 점검… 소규모 사업장에선 산업안전 강의

전북 익산의 한 산업체를 찾은 전북도와 전북도소방본부 관계자들이 안전점검을 벌이고 있다. 전북도 제공
전북 익산의 한 산업체를 찾은 전북도와 전북도소방본부 관계자들이 안전점검을 벌이고 있다. 전북도 제공
지난달 전북 군산의 한 공장에서 60대 하청업체 근로자가 무게 0.5t의 소음기 배관에 깔렸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는 이 근로자를 병원으로 옮겼으나 끝내 숨졌다. 이 근로자는 그라인더로 소음기 배관 하부를 절단하는 작업을 하던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올해 2월 정읍의 한 사료 공장에서는 파쇄기를 수리하던 50대 근로자가 기계에 끼여 병원으로 옮겨졌다. 치료받던 이 근로자는 사건 발생 2주 뒤에 끝내 숨을 거뒀다. 이 근로자는 현장에 있던 다른 작업자가 전원 스위치를 잘못 누르면서 수리를 위해 멈춰 있던 파쇄기가 갑자기 작동해 사고를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북지역 산업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사망사고가 잇따르면서 전북도가 산업재해로부터 근로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1일 전북도에 따르면 올해 1∼4월 도내 사업장에서 발생한 산재 사망자는 모두 14명이다. 작년 한 해 동안 전북에서 42명의 근로자가 목숨을 잃었는데, 올해 4개월 동안 지난해의 33.3%에 해당하는 사망자가 나온 것이다. 같은 기간 전국에서는 151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망자 14명 가운데 8명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 사업장에서 나왔다.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3명, 5∼50인 미만 사업장에서 5명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 사업장에서의 사망사고는 2023년 12명이었는데, 늘어나는 추세다. 전북도가 최근 ‘2024년 산재 예방 강화 대책’을 내놓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책에는 산재 예방 기관 협업체계 구축, 주요 사업장 대상 현장 행정 강화, 주요 사업장 전수 점검, 산재 예방 교육, 중대재해 예방 컨설팅 및 홍보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전북도는 먼저 산재에 따른 사망자의 67%를 차지하는 도내 건설업과 제조업 사업장 4698곳에 대해 전수 조사를 진행한다. 업종별 체크리스트에 따라 점검하고, 미흡한 부분의 개선을 지도한다. 공공기관 발주공사 현장에서의 사고 예방을 위해 전북도 발주공사의 경우는 국장급 간부가, 지자체 발주공사는 단체장이 직접 현장에 나가 점검한다. 예방 교육을 진행할 여력이 없는 소규모 사업장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산업안전 강의를 하고, 지자체 발주공사 안전관리 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을 매년 1회에서 2회로 늘린다. 도내 기업들이 속한 협회의 정례회의 때 안전 강의를 필수로 진행하도록 협조도 구할 예정이다.

고용노동부 전주·익산·군산지청, 산업안전보건공단 전북본부와 협약을 맺고 합동 단속과 계도 활동을 이어간다. 산업안전지킴이단 활동을 강화해 산업단지 내 유해·위험물 사업장과 자치단체 발주공사 현장 점검을 하고, 적발된 위법 사항에 대해서는 고용부와 협의해 처벌한다.

윤동욱 전북도 도민안전실장은 “소규모 사업장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꼼꼼하게 대책을 추진해 나가겠다”며 “산재로부터 안전한 전북을 위해 지속해서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전북도#산재 예방#강화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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