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의대교수 “의사 늘면 ‘3분진료’ 해결? 안 그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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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4월 30일 15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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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환 서울대 의대 교수 교수 "10년 새 의사 2만 명 늘어"
"늘어난 의사, 지방 아닌 서울로…정부 원하는 결과 안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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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과 관련해 기계적인 증원이 의료 현장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10년 간 사실상 의사 수는 2만 명 늘었지만 3분 진료, 필수의료 위기와 같은 문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이다.

30일 서울대병원에서 개최된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긴급 심포지엄’에서 연자로 나선 오주환 서울대 의대 교수(대한예방의학회 의학교육위원장)는 이같이 밝혔다.

오주환 교수는 “은퇴하는 의사가 2000명대이고, 의대 정원은 3000명이기 때문에 매년 의사가 1000명씩 늘었다”라며 “은퇴하는 연령이 점점 위로 연기되면서 지난 10년 동안 의사 2만 명이 늘었다”라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늘어난 의사는 지방이 아닌 서울로 갔다”며 “이러한 결과는 의대 정원을 늘려도 의사들이 지역으로 안 간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2018∼2022년 인턴과 레지던트 지원자 수는 계속 증가하면서 전공의 숫자가 자연 증가했지만,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은 줄었다”며 “의사 수를 늘린다고 해도 현재의 경향을 따르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고, 의대 정원만 늘린다고 정부가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의사 수를 늘리는 것 만으로 의료 현장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봤다. 오 교수는 “국민들이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하는 가장 큰 이유는 ‘3분 진료’일 것“이라며 ”실제 의사들이 현재 인력이 부족한 의료현장으로 가게 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의사들의 활동 연령도 늘었다고 했다. 오 교수는 ”2013년부터 2022년까지 통계를 살펴보면 다른 연령대의 의사 수에는 변화가 없지만 70세 이상 활동 의사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했다“며 ”고령 의사의 진료 기여를 감안하면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050년 이후 뚜렷한 상승곡선을 그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공계 인재 유출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고도 했다. 오 교수는 ”출생아수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정부안대로 의대 정원을 확대하면 같은 년도에 태어난 출생아 당 의사의 비율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의사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많아지면서 이공계 진입 학생은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 교수는 의사 수 증가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했다. 의사 수 증가에 따른 건강보험재정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의료비는 2022년 9.6% 이상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9.5%보다 높다“며 ”정부안대로 의사 수를 늘리면 2030년에는 GDP 대비 16%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재원을 조달할 방안은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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