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식물 아플 땐 병원에 맡기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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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반려식물 클리닉 개소 1년
생육상태 진단-치료 등 8000건 넘어
전문적 관리 필요 땐 장기 입원도
하반기 영등포구 등 5곳 추가 개원

서울 양천구 반려식물 클리닉을 찾은 시민들이 도시농업관리사(앞줄 가운데)의 지도에 따라 가져온 식물의 분갈이를 함께 하고 있다. 
현재 종로·동대문·은평·양천구 등 4곳에서 운영 중인 반려식물 클리닉은 올 하반기 5개 자치구에서 추가로 문을 열 예정이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서울 양천구 반려식물 클리닉을 찾은 시민들이 도시농업관리사(앞줄 가운데)의 지도에 따라 가져온 식물의 분갈이를 함께 하고 있다. 현재 종로·동대문·은평·양천구 등 4곳에서 운영 중인 반려식물 클리닉은 올 하반기 5개 자치구에서 추가로 문을 열 예정이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바람도 쐬어주고, 햇빛도 충분히 받았는데 왜 잎이 자꾸 갈색으로 변하는지 모르겠어요.”

4일 서울 양천구의 반려식물 클리닉. 김현주 씨(61)가 잎이 갈색으로 변한 고사릿과 식물인 ‘봉의꼬리’ 화분을 건네며 이렇게 말했다. 평소 집에서 10개가 넘는 식물을 키우며 ‘식집사’(식물 집사)를 자처하는 김 씨는 1년 반째 정성을 들여 돌보던 봉의꼬리가 시들기 시작하자 되살릴 방법을 찾았다. 하지만 4개월 동안이나 식물의 상태가 나아지지 않자 답답한 마음에 클리닉 문을 두드렸다. 김 씨가 건넨 화분을 받아 든 도시농업관리사가 화분을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봉의꼬리는 물만 잘 주면 햇빛이 약해도 잘 크는 식물인데, 수분 부족이 원인인 것 같다”고 진단했다.

● 1년간 식물 8000여 건 진료

지난해 4월 문을 연 서울시 반려식물 클리닉이 이번 달 개원 1주년을 맞았다. 반려식물 클리닉은 병들고 아픈 반려식물의 생육상태를 무료로 진단하고 치료부터 처방, 사후관리 요령까지 알려주는 곳이다. 상태가 좋지 않아 전문적 치료가 필요한 식물은 최대 3개월간 입원 치료도 제공한다. 현재는 종로·동대문·은평·양천구 등 총 4곳에서 운영 중이다.

이날 양천구 반려식물 클리닉 안에는 165m²(약 50평) 남짓한 공간 곳곳에 식물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작물 영양제를 만들고 분갈이하는 공간과 화분에 넣을 배양토가 한쪽 벽면을 차지했다. 뒤편으로는 사철나무, 수국, 몬스테라, 알로카시아 등 식물 약 20개가 테이블 위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일부는 축 처진 잎이 테이블 위로 늘어졌다. 이곳에서 일하는 김은정 도시농업관리사는 “상태가 좋지 않아 입원 중인 식물들”이라며 “보통 1, 2주간 집중적으로 관리해 괜찮아지면 퇴원시키지만 길게는 1, 2개월씩 걸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10년 이상 키우고 있는 식물을 들고 온 시민도 있었다. 16년째 기르고 있는 반려식물 호야를 들고 온 정영숙 씨(60)는 “최근 잎을 만져보면 쪼글쪼글하게 마른 느낌이 드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김 관리사는 “호야는 건조한 기후에 잘 적응하는 다육 식물이기 때문에 물은 적게 줘도 된다”며 “현재는 영양이 부족하고 화분에 곰팡이가 상당해 일단 흙을 먼저 갈아야 할 것 같다”고 진단했다. 정 씨는 “10년 넘게 키우면서 호야가 다육 식물인 줄 처음 알았다”며 “정확한 관리법을 배울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반려식물 클리닉이 문을 연 후 1년간 4524명이 8007건의 반려식물 치료 상담을 받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식집사’가 늘면서 식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 올 하반기 9곳으로 확대

이곳에서 일하는 도시농업관리사는 방문객에게 소중한 식물을 되살릴 때 가장 뿌듯하다고 말했다. 조영옥 도시농업관리사는 “몇 달 전 7세 아이가 유치원에서 심은 바질이 금방 시들었다며 시무룩해했다”며 “아이와 부모님께 바질 관리법을 알려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건강해진 바질 사진을 보내와 뿌듯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시민들이 언제든지 방문할 수 있는 ‘반려식물병원’(농업기술센터 내)과 아파트나 빌라 같은 공동주택단지, 동 주민센터 등으로 식물 전문가가 직접 방문하는 ‘찾아가는 반려식물 클리닉’도 운영하고 있다. 반려식물병원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 이용 신청은 서울시 공공서비스 예약시스템에서 사전에 하면 된다.

서울시는 현재 4곳에서 운영 중인 반려식물 클리닉을 올 하반기까지 9곳으로 늘릴 예정이다. 올해 하반기 광진·영등포·관악·서초·강동구 등 5개 자치구에 차례대로 개원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민들이 반려식물을 통해 정서적 안정과 건강을 찾을 수 있도록 클리닉, 교육, 체험 등 다양한 지원을 늘려가겠다”고 말했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서울시#반려식물#도시농업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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