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옥살이 무기징역수, 재심 보름 앞두고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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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4월 6일 0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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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그것이 알고싶다/박준영 변호사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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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게 옥살이를 하다가 재심 기회를 얻게된 60대 무기징역수가 재판을 보름 앞두고 숨졌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아내 살해 혐의(살인)로 무기징역을 살다 최근 재심 재판을 받게 된 장 모 씨(66)가 지난 2일 병원에서 사망했다. 형집행정지가 결정된 당일이었다.

장 씨는 2003년 7월 9일 오후 8시 39분경 1톤 트럭을 몰다가 전남 진도군 의신면 명금저수지(현 송정저수지) 경고표지판을 들이받고 물 속으로 추락했다. 이사고로 트럭에 동승해 있던 장 씨의 아내(사망 당시 45세)가 숨졌다.

당시 검찰은 장 씨가 아내 앞으로 가입된 8억 8000만 원의 보험금을 노리고 고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장 씨는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이며, 보험은 아내가 가입한 것”이라고 단순 사고를 주장했지만 결국 2005년 무기징역을 확정 받았다.

장 씨는 복역 중에도 계속해서 억울함을 호소하며 재심을 청구했고, 결국 전직 경찰과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가 이 사건을 다시 조사하며 수사의 허점이 드러났다.

법원은 ‘원심을 유지할 수 없는 명백한 증거가 발견된 경우’ 재심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올해 1월 대법원에서 재심이 확정되면서 마침내 오는 17일 재심이 열리게 됐다.

장 씨는 광주지법 해남지원에서 열리는 재판을 받기 위해 군산교도소에서 해남교도소로 이감됐다. 이감을 위한 검진에서 급성백혈병이 발견됐다.

항암치료를 시작한 그는 재심 첫 재판도 받아보지 못하고 끝내 숨졌다.

박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중환자실에서 뵈었을 때, 앞으로의 재판절차를 설명하면서 꼭 이겨내시라고 했는데 이렇게 빨리 가실 줄 몰랐다. 왼손과 왼발에는 수갑이, 오른발에는 전자발찌가 채워진 채로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며 “장 선생님은 '진실은 언제고 반드시 밝혀진다'는 믿음으로 긴 시간을 버틴 것”이라고 애도했다.

장 씨는 숨졌지만 재심은 궐석재판으로 열린다. 당사자가 사망하면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되는 일반 재판과 달리, 재심 재판인 이사건은 그대로 진행된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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