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 중단 시기, ‘임종 과정→말기 환자’ 확대 검토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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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시행 6년간 34만명 연명의료 거부
말기 진단 前 연명의료계획서 작성도

회생 가능성이 없는 말기 환자의 연명의료 중단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을 정부가 검토하기로 했다. 지금은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만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는데 대상을 ‘말기 환자’까지 넓히겠다는 것이다.

2일 보건복지부는 국가호스피스연명의료위원회를 열고 ‘제2차 호스피스·연명의료 종합계획’을 심의·의결했다. 죽음에 대한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확대하는 내용이 계획의 핵심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임종에 임박해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연명의료 결정 제도 도입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의료 현장의 의견을 반영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따르면 2018년 2월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후 지난달까지 총 34만5328명이 연명의료를 거부하고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현행 연명의료결정법은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을 연명의료로 규정하고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경우에만 이를 중단할 수 있게 했다. 법을 만들 당시 종교계 등의 요구로 대상을 사망 직전의 환자로 엄격하게 제한한 것이다. 허대석 서울대 의대 내과 명예교수는 “연명의료 중단 제도를 도입한 국가 중 말기와 임종기를 구분한 곳은 한국뿐이다. 임종기라는 판단이 늦어져 사망할 때가 돼서야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환자가 많다”고 말했다.

종합계획에는 말기 진단 전 ‘연명의료 계획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담겼다. 환자가 의사소통이 가능할 때 연명의료 중단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무연고자 등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할 가족이 없는 경우에도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현재는 2촌 이내 친족만 연명의료 중단에 동의할 수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기관 내 윤리위원회 등을 만들어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하는 방법 등을 검토 중”이라며 “연명의료 중단 시기 및 대상 확대는 법 개정 사항이어서 종합계획 의결 후에도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연명의료#연명의료결정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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