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은 통일 밑거름… 사명감과 자부심 가져야”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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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년 조민호 남북하나재단 이사장
‘최고 정착은 취업’… 1호 영업사원
“한국 사회와의 소통과 통합 중요
차별대우 여전, 우리가 반성해야”

조민호 남북하나재단 이사장은 “대한민국에 왔으면 대한민국 국민이지 북한이탈주민이니, 탈북민이니 부르는 것도 맞지 않는다”며 탈북민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한국 사회의 의식 변화를 요청했다. 남북하나재단 제공
조민호 남북하나재단 이사장은 “대한민국에 왔으면 대한민국 국민이지 북한이탈주민이니, 탈북민이니 부르는 것도 맞지 않는다”며 탈북민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한국 사회의 의식 변화를 요청했다. 남북하나재단 제공
소통, 통합, 통일.

지난해 3월 취임한 조민호 남북하나재단 이사장이 재단 운영의 핵심 가치로 둔 세 가지다.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의 한국 사회 정착을 최전선에서 지휘하는 조 이사장은 탈북민과 한국 사회는 물론 탈북민 내부의 소통과 통합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1년, 가장 역점을 둔 경영 철학은 노자 도덕경의 ‘부쟁(不爭)’, 다투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소통이 돼야 하는 거죠. 말이 통해야 공감합니다. 소통하면 통합이 일어나고, 통합하면 통일로 갑니다.”

지난달 25일 서울 마포구 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1시간여 인터뷰 동안 물질적 지원과 더불어 탈북민과 한국 사회의 의식 변화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물론 탈북민 정착에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적 안정이다. 의식주가 안정돼야 사회 일원으로 스며들 수 있다. 조 이사장은 ‘최고의 정착은 취업’이라는 기치 아래 한 기업이 탈북민 한 명을 채용하는 ‘1사 1인’ 캠페인을 지난해 7월부터 펼치며 ‘1호 영업사원’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캠페인 이후 탈북민 취업은 전년보다 약 27% 늘었다. 올해는 30∼40% 증가가 목표다. 지난해 재단의 탈북민 실태 조사에서 79.3%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정부 예산은 한계가 있어서 취약계층에 의료비 생계비 장학금 교육비 등을 지원하는 정도입니다. 요즘에는 탈북 청소년 중 제3국 출신이 70% 이상이며 한국어가 서툰 친구도 있습니다. 매월 1000명 이상에게 학습지를 제공하고 학교 대학생은 기부금으로 한 학기 장학금을 지급합니다.”

현재 탈북민은 약 3만4000명. 2022년 67명, 지난해 196명 등 최근 몇 년간 코로나19 등으로 입국 탈북민 수는 줄었다. 올해는 약 200명을 예상한다. 그러다 보니 기본 5년 정착 지원에서 개인별 정착 지원 수준에 따라 촘촘한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탈북민이 얼마나 ‘한국인으로서’ 사회에 잘 정착하는지, 통합되는지가 더 중요해진 것이다.

탈북 역사는 약 30년. 혼자 탈북한 사람은 홀몸노인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가족이 흩어졌거나 스스로 신분을 숨기는 탈북민도 있다. 재단은 hy(한국야쿠르트)와 함께 서울의 탈북 홀몸노인 600여 명을 대상으로 ‘똑똑 안녕하세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요구르트를 배달해주며 이들 신변에 무슨 일이 있는지 살펴 고독사 등을 예방한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와 함께 하나원에서 나온 탈북민이 자신의 임대아파트로 가기 전 1박 2일 정도 일반인 가정에 묵는 프로그램도 협의 중입니다. 최대한 예방하는 거죠.”

지난해부터 탈북민 통합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이들이 밀집한 아파트마다 5명 이상 모임을 만들어 반찬도 나누고 활동도 같이하며 서로 소통하도록 한 것이다. 탈북민인 것을 알면서도 모른 척하던 사람들이 서로 만나 얼굴을 익히고 얘기도 나누게 됐다. 그러면서 생계가 어렵거나 위기에 처한 탈북민 1000여 명을 찾아 도움을 줬다.

지난해 전국 탈북민 밀집 거주 지여에 40개 ‘씨앗 단계’ 소모임을 구축해 지원했다. 올해는 60여 곳에서 소모임을 신청해 ‘씨앗’ 5명이 30∼40명으로 불어나는 ‘새싹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다만 신청한 모든 소모임을 지원해주기에는 예산이 빠듯하다. 한국 사회 기부도 예년 같지 않다.

조 이사장은 물질적 지원이 중요하지만 한국 사회의 탈북민 차별이 없어져야 성공적인 정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탈북민이 사회생활을 잘하려면 차별대우를 받지 않아야 합니다. 영국 캐나다 미국 등지의 2000여 탈북민은 비교적 정착을 잘하고 있답니다. 차별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죠. 우리가 반성하고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앞으로 2500만 북한 주민을 만날 텐데 어떡할 겁니까.”

조 이사장은 탈북민도 자신들이 통일의 밑거름이라는 소명의식을 갖고 통일로 가는 길을 목표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취약계층이라고 자조하지 말고 통일의 마중물이라는 자부심과 사명감을 가져 달라는 얘기다. 그는 지난 1년간 이 같은 의식 변화를 줄곧 강조했다.

“사회주의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온몸으로 체험한 탈북민들은 앞으로 북한이 개방되면 북한 주민들을 가르쳐야 할 국가 자산입니다. 이들이 한국 사회와 소통하고 통합한다면 북한 주민과도 소통하고 통합할 수 있는 길이 보이는 겁니다. 운명적으로 하늘이 준 통일의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남북하나재단#조민호#탈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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