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랑 빠진 4살 사망…의료계 “전원가능한 상태 아니였어”

  • 뉴시스
  • 입력 2024년 4월 1일 10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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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상급종합병원 전원불가 상태"
정부 "생체징후·전원요청 받은 병원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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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랑에 빠져 심정지 상태로 구조된 33개월 여아가 상급종합병원 이송을 알아보는 도중 숨졌다. 전문가들은 여아의 상태가 원거리 이송이 필요한 상급종합병원으로 전원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였다고 봤지만, 정부는 상세한 조사에 착수했다.

1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30분 충북에서 생후 33개월 된 A양이 주택 인근에 있는 가로·세로·깊이 1.5m 크기의 물웅덩이에 빠졌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119 구급대는 4시40분 현장 평가를 통해 심정지를 확인했다. 언제 도랑에 빠졌는지 알 수 없는 목격자 없는 심정지로 익수에 의한 심정지, 즉 호흡부전으로 인한 심정지였다.

119 구급대원들은 현장에서부터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며 가장 가까운 지역의 병원으로 이송했다. 해당 병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없고, 지역응급의료기관으로 지정도 받지 못한 곳이었다.

A양은 오후 4시49분 병원에 도착해 전문 심폐소생술을 받기 시작했다. 오후 6시07분 자발순환회복(의식이나 호흡과 관계없이 맥박만 회복된 상태)이 됐다. 병원에서 1시간18분간 전문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것이다. 119구급대의 병원 전 심폐소생술을 포함하면 심폐소생술 시행에 이례적으로 1시간27분이 소요됐다. 33개월의 어린 아이인 데다 3월이라 해도 도랑물이 차가워 저체온 상태였던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에서 심폐소생술, 약물 투여 등 응급치료를 받은 A양은 오후 5시33분께 맥박이 잠시 돌아왔고, 병원은 A양이 ‘자발적순환회복’에 이른 것으로 판단해 상급종합병원으로 이송하려 했다.

병원은 충청도와 수도권의 여러 병원에 연락해 전원을 시도했고, 대전에 있는 오후 7시29분께 병원으로부터 수용 의사를 전달 받았다. 하지만 오후 7시께 다시 심정지 상태에 빠졌던 A양은 10여분 뒤 사망 판정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A양이 원거리 이송이 필요한 상급종합병원으로 전원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고 보고 있다.

이경원 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33개월 소아의 사망에 참으로 마음이 아프고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자발순환회복이 채 1시간을 유지하지 못했고, 19시01분 다시 심정지가 발생해 심폐소생술을 추가로 39분 더 시행하고도 자발순환회복도 없고 심전도상 무수축이 지속되므로 19시40분 사망 선언을 시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환아를 무리하게 상급종합병원 전원을 위해 이송했더라도 이송 도중 심정지가 발생해 수용 병원에 심정지 상태로 도착했을 것”이라면서 “병원 간 전원은 환자의 생명을 살리고 장애를 최소화하기 위해 안전하게 진행돼야 하는 것이지, 무조건 상급종합병원으로 이송하는 병원간 전원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전원을 갈 수 있는 환자 상태, 즉 이송을 견딜 수 있는 환자 상태에서 전원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공보이사는 “심정지 환자가 심폐소생술 도중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또는 심폐소생술 후 자발순환회복됐지만 심혈관계가 불안정한 상태에서 전원을 보낸다는 것은 오히려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의 병원으로서는 익수 심정지 환아에 대해 통상보다 긴 시간 심폐소생술을 해 채 1시간을 유지하지는 못했지만 자발순환회복을 이룬 것도 최선을 다한 것”이라면서 “그러나 이후 원거리 이송이 필요한 상급종합병원으로 전원을 할 수 있는 환아 상태는 아니었던 것은 명확하다”고 했다.

한편, 경찰은 ‘A양의 사인이 익사로 추정된다’는 의사 구두 소견과 유족의 진술 등을 토대로 수사를 벌였고, 상급종합병원의 전원 거부 논란에 대해 법리 검토를 거쳤지만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이런 가운데 보건복지부는 병원 도착 이후 환자가 전원이 가능할 정도로 생체 징후가 안정적이었는지, 전원을 요청받은 다른 의료기관의 병상 등 여건이 어땠는지 등을 조사 중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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