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공약 따라 지지 정당 바꿀 수도”… ‘기후 유권자’ 선거판 흔들까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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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 세계 선거 주요 의제로
다양한 성별-연령 기후 이슈 관심… 정치권도 관련 인재 영입 등 대응
英 유권자, 치안-주택보다도 중시… “지난 美 대선 기후가 좌우” 분석도
“기후 정책 세금 싫다” 반응도 많아… 시민 실천 의사 있어야 선거 영향

다음 달 10일 실시되는 제22대 총선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올해 굵직한 선거가 치러지는 곳이 많다. 4월 인도 총선, 6월 유럽연합(EU) 의회 선거,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등이 줄줄이 이어진다. 74개국에서 선거가 치러지는 ‘슈퍼 선거의 해’다.

올해 각국 선거의 주요 의제 중 하나는 ‘기후위기 대응’이다.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 등 기후위기 대응 이슈가 현안이 됐고, 환경에 관심이 높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정책이나 선거운동 참여도 많아지고 있다. 각국 정부는 선거 결과에 따라 정권이 바뀌거나 기후 및 환경정책이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 “기후공약 따라 지지 바꿀 수도”

국내 환경단체 ‘기후정치바람’이 올 1월 전국 17개 광역시도에서 1000명씩 총 1만7000명 유권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3명 중 1명은 선거에서 기후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기후 유권자’로 드러났다.

‘총선에서 기후위기 대응 공약이 마음에 드는 후보가 있다면’이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62.5%는 “평소 정치적 견해와 다르더라도 투표를 진지하게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기후위기 공약에 따라 투표 성향을 바꿀 수도 있다는 뜻이다. “공약에 관계없이 평소 지지하던 정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24.6%였다.

기후위기가 ‘젊은 진보층 일부만의 어젠다’라는 편견과 달리 기후 유권자는 성별과 연령층에서 골고루 나타났다. 남성 35.7%, 여성 31.4%가 기후유권자였다. 연령 역시 20대(18세 이상), 30대, 40대, 50대, 60대 이상까지 골고루 30%대로 나타났다. 특히 60대 이상은 기후 유권자의 비율이 35.2%로 가장 높았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지난달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양당에 기후정책 제안서를 제출했다. 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직접 만나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정치인에게 표를 던질 청년 유권자가 많다는 사실을 깨닫길 바란다”며 기후위기에 보다 적극 대응할 것을 촉구했다.

정치권도 반응하고 있다. 민주당은 1호 인재 영입으로 박지혜 기후·환경 전문 변호사를 영입했고, 국민의힘 역시 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 등 4명의 기후대응 관련 인재를 영입했다. ‘국회 기후위기 특별위원회 상설화’는 양당 모두 공약으로 내세웠다.

● 美-英도 기후 이슈… “납세자 반발은 고민”

해외에서도 기후위기가 선거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린피스는 지난해 9월 영국인 2만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보수당이 기후위기 대응에 필요한 정책을 계속 반대할 경우 의석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지난해 8월 2030년 시행 예정이었던 내연기관차 운행 금지를 2035년으로 5년 연기하며 ‘기후대응 정책에서 후퇴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조사에 따르면 영국 유권자들은 환경·기후변화 이슈(29%)를 경제와 물가 상승(59%) , 건강 및 복지(46%), 이민(32%) 문제에 이어 4번째로 선거에서 중요한 이슈로 꼽았다. 치안(23%), 주택(22%), 교육(17%) 문제를 앞서는 것이다. 또 유권자 64%는 “후보자가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우선시하길 바란다”고 답했다.

미국은 11월 친환경 정책을 표방하는 조 바이든 현 대통령과 ‘기후 악당’이라는 비판을 받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대결한다. 지난달 미국 콜로라도대 미래사회환경센터(C-SEF)는 “2020년 대선 때 기후변화 이슈로 미국 민주당이 공화당보다 3% 더 득표할 수 있었다”며 “기후변화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지난 대선이 바이든 편으로 기운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기후위기를 ‘실존적 위협’이라고 지칭하며 미국 내 화석 연료 발전의 단계적 폐지와 풍력 및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확대를 포함해 환경 정책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 정권의 기후 관련 정책을 모두 폐지하겠다”고 공언했다.

기후 대응 정책을 추진하는 것에 막대한 세금이 필요하다는 점은 정치권의 고민이다. 유권자이자 납세자인 국민이 반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CRC 리서치 설문조사를 인용해 미국 유권자 1600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42%는 ‘기후변화를 위해 돈을 낼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한 달에 최대 10달러(약 1만3400원)를 지출하겠다고 한 응답자는 18%, 100달러(약 13만4000원) 이상을 기꺼이 낼 수 있다고 한 사람은 7%에 불과했다. 미국 에너지 연구소 제이슨 아이작 연구소장은 “기후위기를 올해 대선의 주요 이슈로 예상하고 있는 바이든 정부에 당황스러운 내용이 될 것”이라며 “시민들의 실질적인 행동이 있을 때 기후위기가 진정한 선거 이슈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후 유권자
투표할 때 기후 이슈를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유권자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기후 유권자#기후 공약#기후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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