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남산 3억 원 위증’ 신상훈·이백순 무죄 파기 환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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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3월 18일 08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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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뉴시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뉴시스
‘남산 3억 원 위증’ 의혹으로 기소된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과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이 대법원에 파기 환송됐다.

대법원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지난달 29일 위증 혐의로 기소된 신 전 사장과 이 전 행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환송했다고 18일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은 피고인들의 증언이 허위 진술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인정했다”며 “원심의 판단에는 위증죄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 전 사장과 이 전 행장은 ‘남산 3억 원’ 사건으로 함께 재판받던 중 변론이 분리돼 같은 날 각자의 재판에서 서로의 증인으로 서게 됐다. 이 과정에서 증언하던 중 허위 진술로 위증한 혐의로 기소됐다.

‘남산 3억 원’ 사건은 지난 17대 대선 직후 신한금융지주에서 당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측에 불법 비자금 3억 원을 조성해 전달했다는 의혹이다. 당시 신한금융지주 회장이었던 라응찬 전 회장의 지시를 받아 이 전 행장이 비자금을 조성했고 이를 남산에서 전달했다는 것이 사건의 골자다.

신 전 사장은 신한은행 창업주인 고(故) 이희건 명예회장과 경영자문계약을 체결한 것처럼 가장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비자금 3억 원을 조성하기 위해 급히 고객의 돈을 빌려 썼고, 이 명예회장의 경영자문비 통장을 이용해 이 중 약 2억 6000만 원을 갚았다는 내용이다.

신 전 사장과 이 전 행장은 이 사건과 관련해 은행 자금 2억 6000만 원을 횡령한 혐의가 인정돼 각각 벌금 2000만 원, 징역 1년 6개월을 확정받았다.

이 과정에서 신 전 사장은 이 전 행장 재판의 증인으로 나와 위증을, 이 전 행장은 신 전 사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위증한 혐의도 적용됐다.

검찰은 이 전 행장이 2009년 4월 이희건 명예회장의 경영자문료 존재를 알면서도 몰랐다고 위증한 혐의를 적용했다. 신 전 사장에게는 남산 3억원 보전을 사전에 지시하고도 이를 사후에 보고받았다는 진술 등을 근거로 위증 혐의를 적용했다.

1심과 2심에서는 피고인들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공범인 공동피고인이 다른 피고인에 대한 증인이 될 수 없다”며 공동피고인에 대한 증인적격 자체를 부정했다.

2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공동피고인도 다른 공동피고인의 증인이 될 수 있다고 인정했지만, 증인이 되더라도 자신의 범죄사실에 관련한 질문에 대해서는 피고인의 지위가 증인의 지위보다 우선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자신의 방어권 범위 내에서 허위 진술을 했더라도 이를 위증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증인신문 절차에서 형사소송법 제160조에 정해진 증언거부권이 고지됐음에도, 피고인이 자기의 범죄사실에 대해 증언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허위진술을 했다면 위증죄가 성립한다는 2012년 판례를 적용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경우 소송절차가 분리됐으므로 공범인 공동피고인의 지위에 있는 피고인들은 다른 공동피고인에 대해 증인적격이 있고, 증언거부권을 고지받았는데도 허위의 진술을 했다”며 위증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원심은 피고인들의 증언이 허위의 진술에 해당하는지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환송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공범인 공동피고인의 증인적격 및 위증죄 성립 여부에 대한 기존의 법리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덧붙였다.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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