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나지 않아 수확 앞둔 멜론·딸기 썩어…평생 처음 겪는 일”

  • 뉴스1
  • 입력 2024년 3월 5일 13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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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조량 감소 피해를 입은 멜론 모습.(김병오 세지 멜론연합회장 제공) 2024.3.5/뉴스1
일조량 감소 피해를 입은 멜론 모습.(김병오 세지 멜론연합회장 제공) 2024.3.5/뉴스1
“멜론 농사를 한 지 30년이 됐는데 일조량 때문에 막심한 피해를 본 것은 처음입니다. 정부에서 재난피해 지원을 통해 농민들을 살려줬으면 합니다.”

전남지역 농가에서 일조량 부족으로 농산물이 생육 부진과 함께 썩거나 곰팡이가 피며 애써 가꾼 수확물을 출하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피해 농민들은 농사용 전기료 등 생산비가 오른 상황까지 겹쳐 이중고를 겪고 있다.

나주 세지면에서 30여 년간 멜론을 키워온 김병오 세지 멜론연합회장(60)은 5일 “일조량 부족으로 농사에 이처럼 큰 피해를 본 것은 30년 만에 처음 겪는 일”이라며 “밭에 가기도 싫을 정도의 상황”이라고 심정을 토로했다.

작년보다 햇빛 나는 날이 30% 정도 줄었다는 김 회장은 일조량이 부족해 열매 크기가 작거나 썩어가면서 손해가 막심하다고 했다.

김 회장은 “작년 60% 수준으로 수확량이 크게 줄었다”며 “멜론을 갈아엎어야 하는 상황이다. 저뿐만 아니라 세지면에 있는 60곳의 농가들이 갈아엎게 생긴 농가가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25년째 딸기를 재배하고 있는 이병민 담양봉산딸기 영농조합법인 대표(51)도 일조량으로 농사를 망쳤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1500평 부지에서 한창 딸기를 출하해야 할 시기이지만 일조량 부족으로 딸기가 기형이 되거나 곰팡이가 슬면서 제대로 수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꽃이 피는 기간이 5일에 불과한 상황에서 비가 오는 날이 많아지면서 수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꽃에 곰팡이까지 생기면서 꽃을 따내야 할 정도까지 됐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 대표는 “작년과 비교했을 때 70%의 손해를 보고 있다”며 “다른 주민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조금 일찍 출하한 분들은 그나마 낫지만, 출하가 늦은 농가들은 다 피해가 막심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들 농가는 하우스 농사를 짓기 때문에 인상된 전기료와 기름값 등으로 생산비는 늘었지만, 수확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고스란히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농가들은 정부에서 피해 농가를 위한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전남도는 일조량 피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것을 지속해서 정부에 건의할 방침이다.

기상청의 2월 일조량 자료를 살펴보면 장미와 딸기의 산지인 강진의 경우 일조량이 103시간으로 10년 평균보다 39%가 감소했다. 나주 멜론과 담양 딸기 주산지의 경우 일조량이 115시간으로 최근 10년 평균 일조량 177시간보다 35%가 줄었다.

올해 2월 비 오는 날이 30년 평균 7.2일보다 2배 증가한 15일로 가장 많았고, 18일부터는 8일 연속 비가 내려 피해가 확산하는 추세라고 도는 설명했다.

정광현 도 농축산식품국장은 “피해 농업인의 경영 안정과 차기 영농 준비를 위해 일조량 감소에 따른 재해 피해 조사를 조속히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안=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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