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생도 재수학원 등록” 의대 지원 반수 열풍

  • 뉴시스
  • 입력 2024년 2월 23일 14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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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가려는 대학생들 휴학·반수 열풍
3월 개강 코앞인데 대학 이탈 가속화
"공대 다녀도 집 장만 어려워…의대로"

정부가 의과대학(의대) 정원 2000명 확대를 예고한 가운데 3월 개강을 앞둔 대학가가 ‘반수’(대학 재학 중 수능 응시) 열풍으로 술렁이고 있다. 의대 증원이 최종 확정될 경우 타과 재학생들의 이탈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의대 증원 추진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 파업과 의대생들의 동맹 휴학이 한창인 23일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의대 반수를 고민하는 학생들의 글이 줄을 이었다.

서울에 있는 한 대학교의 학생 A씨는 “23살인데 지금 반수 시작해서 의대에 가고 싶다. 너무 늦지 않았냐”는 글을 올렸다. 이 글에는 “메디컬은 30살까지도 늦지 않는다” “나도 23살인데 공군에 가서 수능을 볼 생각” 등 반수를 응원하는 댓글이 달렸다.

또 다른 학생 B씨는 “주변이 의대 증원 때문에 술렁술렁한다. 반수를 한 번씩은 다 생각해 보는 것 같다”며 의대 반수 열풍을 체감한다고 말했다.

학생 C씨도 “다들 각자 과에 반수 하는 학생들이 많느냐. 우리 과는 이번에 많다”며 “진짜 너무 많다. 동기 등 거의 반토막이 났다”고 전했다.

실제로 한 서울 상위권 대학 기계공학과 학생은 의대 진학을 위해 한 재수학원에 등록했다며 등록증 사진을 인증하기도 했다.

또 다른 학생 D씨는 “이번 (파업을) 기점으로 의사 내려치기는 계속될 것이다. 법은 파업 의사에게 훨씬 가혹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그래도 대기업 직장인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더 많은 돈을 번다. 사업가 기질까지 있다면 일반 사업가보다 성공도 쉽고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그러니 의대에 가라”며 씁쓸함을 드러냈다.

일부 이공계, 자연 계열 학생들은 공대를 이탈하는 주변인들을 보며 허탈한 심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진로 선택을 잘못한 것이 아닐지 불안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지금이라도 의대 준비에 동참해야겠다는 학생들도 있었다.

서울에 있는 대학의 이공계열 학과에 재학 중인 E씨는 “공대를 와보니 자격증을 따는 직업이 아니라 의사처럼 평생 일을 할 수 없고 노동 소득으로는 서울에 집 한 채 장만도 어려울 것 같다”며 “의대 정원이 늘려지면 수특(수능특강)을 피는 게 좋겠냐”며 하소연했다.

해당 글에는 “유학가서 한국을 뜨거나 외국계를 가거나…(해야 한다) 그것도 힘들다” “나도 공대생이고, 비관적인 상황인 건 맞다. 하지만 상위 20% 정도만 할 수 있다면 할 일은 많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공대 이탈 현상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의대 정원을 증원하려는 정부를 비판하는 시각도 있었다.

대학 입시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 학생이 “스카이(서울대·고려대·연세대의 영문명 약자) 공대가 사라지는 현 인원의 거의 70%에 달하는 비상식적인 2000명 증원에 환호해 입시 판을 망쳐도 상관없는 나라”라며 최근 의대 증원 이슈에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이 학생은 이어 “미국처럼 IT기업도 연봉 높고 모두가 연봉이 높은 나라를 만들어야지 나보다 잘 버는 상대를 죽여서 모두 다 못살게 돼야 직성이 풀리는 나라”라며 “의사가 많이 버니까 그들 소득을 낮춰서 과학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논리가 통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의료계의 강력한 반발 움직임에도 의대 증원 추진을 이어가고 있다. 교육부는 오는 2025학년 의과대학 학생정원 신청 안내 공문을 40개 대학에 보냈다고 이날 밝혔다.

전공의들의 집단 파업은 오늘로 4일째다. 복지부에 따르면 22일 오후 10시 기준 전국 주요 94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소속 전공의의 약 78.5%인 8897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냈으며, 이 중 7863명이 근무지를 이탈한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부는 22일 기준 40개 의대 가운데 12개 대학에서 49명이 새로 휴학을 신청했고 1개 대학 346명이 휴학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 22일까지 나흘 간 휴학계를 제출한 의대생은 총 1만1481명으로, 지난 21일(1만1778명)보다 297명 감소했다.

휴학계 제출에 동참한 의대생 비중도 전체 62.7%에서 61%로 소폭 감소했다. 지난해 4월 기준 한국교육개발원(KEDI) 통계에 따르면 전국 의대 재학생 규모는 총 1만8793명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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