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림-수확-이용의 조화가 중요… 숲의 산업적 가치 높여 지방소멸 억제”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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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현 산림청장 인터뷰
과학기술을 기초로 산림 자원 보전… 국민 삶의 질 높이고 산림 강국 도약
AI 기반 산불 징후 감시 체계 확대… 유럽 등 42개국과 산림협력 맺기로

남성현 산림청장이 19일 대전 서구에 있는 집무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남 청장은 “조림·수확·이용의 가치사슬을 엮어 숲으로 잘사는 세계 산림 강국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대전=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남성현 산림청장이 19일 대전 서구에 있는 집무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남 청장은 “조림·수확·이용의 가치사슬을 엮어 숲으로 잘사는 세계 산림 강국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대전=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나무를 키우는 게 곧 사람을 키우는 일입니다.”

19일 오후 정부대전청사 집무실에서 마주한 남성현 산림청장은 직접 연필을 쥐고 종이 위에 ‘육림육인(育林育人)’을 써서 건네며 이렇게 말했다. 남 청장이 산림 정책을 구상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것 중 하나는 사람이다. 숲과 같은 자연과 사람의 공존을 바탕으로 경영, 보존, 휴양 3박자가 균형을 이룬 산림 정책을 강조한다. 화재, 산사태 같은 재해로부터 우리 숲을 지켜내는 일은 기본이다. 올해 산림청의 목표를 한 문장에 녹이면 ‘숲으로 잘사는 글로벌 산림 강국으로 도약’이라고 했다. 남 청장은 “극단적 보존이 아니라 과학기술에 기초해 산림을 보존하고, 국제적으로 산림 협력을 강화하고, 다각적으로 산림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안으로는 임업인과 국민 삶의 질을 높이고 밖으로는 세계적인 산림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 보존에 기반 둔 경제림 조성
남 청장은 인터뷰 내내 “조림·수확·이용의 가치사슬을 튼튼히 엮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과학기술에 기초한 산림 자원 보존이 전제조건이다. 그는 “보존과 이용이 조화를 이루는 지속 가능한 산림 경영이 필요하다”며 “가구, 건축, 생활용품 등 모든 실생활에 나무를 쓴다. 불법 벌채는 엄정 대응하되 농사짓듯이 나무도 가꾸고 베서 써야 한다”고 경제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수요는 있는데 우리가 쓸 목재가 부족하면, 결국 다른 나라에서 목재를 사야 한다. 우리 숲을 가꿔서 쓰면 무역수지 적자 폭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 청장은 “우리 숲은 지켜야 할 자연이고, 외국 숲은 써야 할 자원인가. 우리 숲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 목재 자급률은 15%다. 일본(41.8%), 독일(53%), 미국(71%), 뉴질랜드(100%)에 비해 낮다.

숲은 산업적 가치를 넘어 지방 소멸을 억제하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남 청장은 ‘인제 자작나무 숲’을 예로 들었다. 그는 “1990년대 솔잎혹파리 피해로 망가졌던 소나무 숲이 자작나무 숲으로 변신해 이제는 연간 30만 명 이상이 찾고, 한국 관광 100선에 오르는 대표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며 “잘 가꾼 산림이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되고 관계 인구까지 늘리는 역할을 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산림청은 자작나무 숲이 연간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336억 원으로 집계했다.

● 탄탄한 재해 대비 살맛 나는 임업
그는 안정적으로 숲을 가꾸고 쓰려면,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지난해 국내에서 발생한 산불은 596건, 피해 면적은 4992ha(약 1510만 평)에 이른다. 남 청장은 “올해 재난성 산불에 대응할 수 있는 산불 진화 임도(林道)를 409km 늘리는 한편 해외에서 대형 5대, 중형 2대 등 헬기 7대를 임차하고, 국산 산불 진화 헬기 2대를 확충할 것”이라며 “동해안 중심 10곳에 그친 인공지능(AI) 기반 산불 징후 감시 체계를 경북과 강원 등 30곳으로 확대하고, 산불 상황 관제 시스템에는 요양병원이나 초등학교 정보를 추가로 입력해 촘촘하게 재난에 대비할 것”이라고 했다.

임업인 소득 증진을 꾀하기 위해 올해 임업직불금 예산을 544억 원 마련했다. 지난해보다 76억 원 늘었다. 남 청장은 “올해 임업인 2만1000명 정도가 1인당 평균 240만 원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업직불금제는 임업인의 낮은 소득을 보전하기 위해 2022년 도입됐다. 개발제한구역, 산림보호구역에 개인 산림이 묶여 있는 산주를 위한 보상책도 추진하고 있다. 그는 “3만 명의 개인이 소유한 땅이 산림보호구역에 묶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을 위한 ‘산림 공익가치 보전지불제’ 법안이 발의돼 국회에 계류 중”이라고 했다.

● 세계 산림 선도 국가로 우뚝
1월 11일 동티모르는 국가 산림의 날을 맞아 우리나라 산림녹화 비법을 전해 받기 위해 남 청장을 초청했다. 동티모르는 우리나라의 39번째 양자 산림협력국이다. 남 청장은 “450년 넘게 식민지 생활을 한 곳이다. 좋은 나무가 대부분 잘려 나가 황폐해진 산림을 보니 가슴이 아팠다”라며 “샤나나 구스망 총리와 1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 산림 전문가 파견, 무상 원조를 추진하고 공공기관(KOICA)과 기업 등의 협력 추진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올해는 한국-독일 임업기술 협력 50주년이다. 남 청장은 “도움받는 나라에서 도움 주는 나라가 됐다. 아시아 위주였던 양자 산림협력국도 유럽까지 넓혀 현재 39개국에서 42개국으로 확대할 것”이라며 “가이아나, 토고 등 14개 태평양 도서국에 산림재난 대응, 산림 복원을 위한 공적개발원조(ODA)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관련 예산도 지난해 196억 원에서 올해 269억 원으로 늘렸다. 기후 위기 대응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세계 산림 선도국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는 구상이다.

남 청장은 혹시 모를 재난 발생에 대비해 설 연휴 내내 고향에 가지 않고 상황실이 있는 대전에 머물렀다고 했다. 그는 “산림청 모든 구성원과 함께 국민 살림을 지킨다는 각오로 우리 산림을 지키고 꾸리겠다”고 말했다.


대전=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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