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기부’로 인식 바뀌길… 나눔 문화 확산에 앞장”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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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주년 맞은 김병준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기부 QR 코드 주민센터 등 배치… 반려동물-팬클럽 이름으로 기부
나눔을 시민들 일상 속의 문화로… 기부에 대한 사회적 존경 더해야
나와 남 함께 돌보는 선순환 구축… 임기 중 한해 모금액 1조 원 목표

김병준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은 6일 서울 중구 본부에서 진행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기부의 패러다임이 ‘나를 위한 기부’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김병준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은 6일 서울 중구 본부에서 진행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기부의 패러다임이 ‘나를 위한 기부’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과거에는 기부와 나눔이 남에게 베푸는 일종의 시혜였지만, 이제는 ‘나를 위한 기부’로 바뀌고 있습니다. 사랑의열매는 이런 문화를 만드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김병준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이 1일 취임 1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학계와 공직, 정계를 오가며 활동했던 김 회장은 6일 서울 중구 사랑의열매 본부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나눔과 기부의 문화가 확산돼 우리 사회가 더 건강해지고, 건전해지고, 서로를 아끼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취임 1주년을 맞은 소감을 말해 달라.

“사랑의열매는 기부자와 도움이 필요한 이웃, 복지단체를 하나로 연결하는 ‘대한민국 대표 나눔 플랫폼’이다. 그렇기에 사랑의열매 회장직은 여러 이력 중에도 가장 명예로운 자리다. 기업과 시민의 자발적 기부는 공정 분배에 큰 역할을 한다. 또 사랑의열매는 전문적 모금과 배분 시스템을 통해 우리 사회의 나눔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사랑의열매 회장을 맡은 뒤 여러 기부자를 볼 때마다 부끄러움을 느낄 때도 많다. ‘이런 분도 계셨구나’, ‘이런 기업도 있었구나’ 싶다. 나눔과 기부, 우리 사회의 공동선(善)을 다시 생각하면서 저는 그분들에 비해 너무 부족했다는 걸 느끼곤 한다.”

―올겨울 희망나눔캠페인이 역대 최고액(4835억 원)을 달성했다.

“전년도보다 341억 원 늘었다. 따뜻한 마음과 나눔의 정신으로 함께해 주신 국민들께 감사드린다. 고물가와 고금리로 인한 경기 불황에도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기부에 동참해 주셔서 가능했다. 삼성그룹 500억 원, 현대차그룹 350억 원, KB금융그룹 200억 원 등 기업 기부도 이어졌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때 마스크, 의약품 등 현물 기부가 많이 들어왔는데 올해는 줄어 걱정이 많았다. 그럼에도 현금 기부가 늘어 역대 최고액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한 마음뿐이다.”

―‘나눔’의 사회적 역할은 무엇인가.

“코로나19 대유행, 지진 등 자연재해, 전쟁 등으로 전 세계가 어려운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양극화와 불평등이 더 심화됐다. 또 교육 및 빈부 격차가 커졌고,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 이변으로 기상 재난 취약계층이 늘고 있다. 고립 은둔 청년 같은 새로운 사회 문제도 등장했다. 민간의 기부와 나눔은 국가에서 거둬들이는 세금과 달리 자발적으로, 따뜻한 마음이 모여 이뤄진다. 그렇기에 소득 불평등, 사회·경제적 그늘, 계층 간의 갈등 해소 등 우리 사회의 도움이 필요한 적재적소에 더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기부 문화 활성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해 왔나.

“기부와 나눔은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공동체 정신과 공동선 차원에서 중요하다. 이를 시민들이 일상에서 쉽게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예전에는 가게에서 물건을 산 후에 잔돈을 모금통에 넣는 방식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현금을 들고 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래서 주민센터 등에 기부용 QR코드를 잘 보이는 곳에 부착했다. QR코드를 찍으면 간편하게 1000원, 2000원씩 기부할 수 있다. 반려동물 이름으로 기부할 수 있는 ‘착한 펫’, 스타나 팬클럽 이름으로 기부하는 ‘착한팬클럽’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우리 사회는 기부자에 대한 사회적 인정이 인색한 편인데, 이분들을 인정해 주는 문화가 필요하다. 지난해부터 10억 원 이상 개인 고객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 오플러스’도 운영하고 있다. 오플러스는 사랑의열매의 상징인 백당나무의 학명에서 따왔다. 기부를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문화로 만들면 선순환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

―기부에 동참하려는 분들에게 어떤 말을 전하고 싶나.

“얼마 전 한 기업인과 식사를 했다. 늘 기부하고 싶었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몰라 못 하고 있었다고 하더라. 사랑의열매를 맡고 있다고 하니 어떻게 기부하면 되는지 물어봤다. 생각보다 기부는 하고 싶은데 방법을 몰라 못 하는 분들이 많다. 사랑의열매는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다. 전국 17개 시도에 지부가 있다. 홈페이지, 전화 등 어떤 방법이라도 좋다. 연락만 주시면 기부 방안에 대해 정보도 드리고 어떤 방법이 좋을지 함께 고민하겠다.”

―임기 중 목표는 뭔가.

“임기 동안 연간 모금액 1조 원을 돌파하는 게 목표다. 매년 공식 모금액 목표는 그해의 경제성장률과 물가 등을 고려해 설정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언제나 1조 원이 목표다. 사랑의열매는 더 나은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나눔의 선순환 체계를 만드는 가교 역할을 앞으로도 계속 하고자 한다. 민간 기부나 나눔에 대한 통계도 사랑의열매에서 연구하고 관리할 계획이다. 미국은 기업의 사회공헌활동(CSR), 시민들의 자원봉사 시간 등에 대한 데이터를 철저하게 관리한다. 반면 한국은 민간 기부나 나눔에 대한 통계가 미흡한 편이다. 사랑의열매는 앞으로 이런 정보들을 모아 기부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제시하는 역할도 하고자 한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나를 위한 기부#나눔 문화 확산#희망나눔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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