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어 어떡해” 유족 오열…문경 화재 순직 두 소방관 마지막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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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2월 3일 13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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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문경시 육가공품 제조공장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고(故) 김수광 소방장과 박수훈 소방교의 영결식이 3일 오전 경북도청 동락관에서 엄수됐다. 동료 소방관들이 순직 소방관을 향해 마지막 묵념을 하고 있다. 2024.2.3. 뉴스1
경북 문경시 육가공품 제조공장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고(故) 김수광 소방장과 박수훈 소방교의 영결식이 3일 오전 경북도청 동락관에서 엄수됐다. 동료 소방관들이 순직 소방관을 향해 마지막 묵념을 하고 있다. 2024.2.3. 뉴스1
경북 문경시 육가공품 제조공장 화재 현장에서 구조 작업을 하다 순직한 고(故) 김수광 소방장과 박수훈 소방교의 영결식이 3일 경북도청장(葬)으로 엄수됐다.

이날 오전 10시경 경북도청 동락관에 고인들을 실은 운구 차량이 도착하자 동료 소방관 700여 명은 거수경례로 맞았다.

유가족은 영결식장에 운구행렬이 들어서자 두 소방관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했다.

영결식에는 유족과 친지, 소방청장과 동료 소방관, 이관섭 대통령비서실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도의원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

3일 오전 경북도청 동락관에서 엄수된 문경소방서 소속 고(故) 김수광 소방장과 박수훈 소방교의 영결식에서 동료를 잃은 슬픔에 소방관들이 오열하고 있다. 2024.2.3. 뉴스1
3일 오전 경북도청 동락관에서 엄수된 문경소방서 소속 고(故) 김수광 소방장과 박수훈 소방교의 영결식에서 동료를 잃은 슬픔에 소방관들이 오열하고 있다. 2024.2.3. 뉴스1
두 소방관과 한 팀이었던 윤인규 소방사는 영결식 조사에서 “화재 당일 여느 때와 다름없이 화재 출동 벨소리가 울리자 한 치의 망설임 없이 현장으로 뛰어갔던 우리 두 반장님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며 “반장님이 그러했듯이 내일부터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도움이 필요한 모든 사람에게 달려갈 것”이라고 했다.

김 소방장의 20년 지기인 전남 광양소방서 소속 김동현 소방관은 “소방관이라는 꿈을 꾸며 어둡고 좁은 독서실에서 함께 공부했던 시간이 생각난다”며 “먼저 합격한 네가 시험 준비 중인 내게 미안해하면서 행복해하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술잔을 기울이며 ‘빨리 가려거든 혼자 가고 멀리 가려거든 함께 가자’던 네 말이 오늘 더욱더 기억난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생에는 희생하며 사는 인생보단 너를 우선으로 생각하고 너의 행복, 가족, 친구들을 생각하며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경북 문경시 육가공품 제조공장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고(故) 김수광 소방장과 박수훈 소방교의 영결식이 3일 오전 경북도청 동락관에서 엄수됐다. 순직 소방관들의 운구행렬이 영결식장을 떠나고 있다. 2024.2.3. 뉴스1
경북 문경시 육가공품 제조공장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고(故) 김수광 소방장과 박수훈 소방교의 영결식이 3일 오전 경북도청 동락관에서 엄수됐다. 순직 소방관들의 운구행렬이 영결식장을 떠나고 있다. 2024.2.3.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은 이관섭 비서실장이 대독한 조전에서 “두 소방관은 누구보다 용감하고 헌신적인 소방관이자 대한민국의 소중한 청년이었다”며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두 소방관을 화마 속에서 잃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고인들의 희생과 헌신을 국가는 절대 잊지 않겠다”고 밝혔다.

장례위원장인 이철우 지사는 “오늘 우리는 경북도의 두 청춘을 떠나보낸다. 구해내지 못해 미안하고 이렇게 떠나보낼 수밖에 없어서 또 미안하다”며 “경북도는 고귀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현장 근무 환경을 더욱 살피고 어려운 상황은 확실하게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3일 오전 문경소방서 119안전센터에서 고(故) 김수광 소방장과 박수훈 소방교의 유족이 고인의 근무복을 가슴에 안고 오열하고 있다. 2024.2.3. 뉴스1
3일 오전 문경소방서 119안전센터에서 고(故) 김수광 소방장과 박수훈 소방교의 유족이 고인의 근무복을 가슴에 안고 오열하고 있다. 2024.2.3. 뉴스1
영결식 전 문경장례식장에서 동료들이 두 소방관의 관을 들고 운구 차량으로 향하자 두 어머니는 “못 보낸다, 가지 마라 내 새끼”라며 오열했다.

두 소방관은 생전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문경소방서 119구조구급센터에 들렀다. 두 부모는 아들이 착용했던 근무복을 가슴에 안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김 소방장의 유족은 휴식 공간으로 사용했던 구조구급 대기실 방바닥에 손을 대며 아들의 온기를 느끼려고 했다. 박 소방교의 모친은 아들의 사물함 앞에서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김 소방장의 모친이 “엄마는 우리 수광이 보고 싶어, 보고 싶어 어쩔래, 보고 싶어 어떡하나”라고 흐느끼자 박 소방교의 모친은 주저앉아 통곡했다. 눈물을 삼켜왔던 두 부친도 목 놓아 울었다.

3일 오전 문경소방서 119안전센터에서 고(故) 김수광 소방장과 박수훈 소방교의 영정이 영결식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4.2.3. 뉴스1
3일 오전 문경소방서 119안전센터에서 고(故) 김수광 소방장과 박수훈 소방교의 영정이 영결식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4.2.3. 뉴스1
영결식 후 고인들의 유해는 문경 지역 화장장인 예송원에서 화장을 거친 뒤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된다.

앞서 지난달 31일 오후 7시 47분경 문경시 신기동 육가공품 제조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김 소방장과 박 소방교는 공장 안에 고립된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주저 없이 진입했다가 안타깝게 숨을 거뒀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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