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女 납치 성폭행한 중학생 부모 “아들 5년이나 못 봐” 적반하장

  • 동아닷컴
  • 입력 2024년 1월 2일 15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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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퇴근하던 40대 여성을 납치해 성폭행하고 현금을 빼앗아 달아난 중학생이 성매매 업소 여성을 유인해 범행을 저지르려 했던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1일 JTBC에 따르면 15살 A 군은 40대 여성을 성폭행하기 닷새 전인 지난해 9월 29일 메신저 앱으로 출장 성매매 업소 상담원에게 “여기 OO빌라인데 좀 젊으신 분으로 부탁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다른 지역에 사는 성인인 것처럼 꾸며 업소 계좌로 예약금을 미리 보내고 여성을 기다리기도 했다. 그러나 여성은 오지 않았고 범행에 이르지 못했다.

당시 A 군은 한 달 동안 오토바이 7대를 훔쳐 지난해 7월 소년보호사건 송치처분을 받은 상태였다. 수사기관은 A 군이 오토바이를 더 이상 훔치지 않고 아예 돈을 빼앗아 구매하기로 하고 여성을 유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A 군의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 한 결과 그가 사전에 이러한 범행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강도예비죄도 추가로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정작 A 군의 부모는 JTBC에 “(아들이 오토바이가) 타고 싶어서 그랬을 것이다. 밤에 나가고 싶었을 것”이라며 “여기가 되게 시골인 것 아시지 않나. 친구들은 시내에서 나오라고 연락이 오는데, 밤사이에 나가려면 나갈 수가 없었을 것”이라고 A 군을 감싸 더욱 빈축을 샀다.

앞서 A 군은 지난해 10월 3일 오전 2시경 귀가 중인 40대 여성 B 씨에게 접근해 “오토바이로 데려다주겠다”고 태운 뒤 충남 논산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 군은 범행 당시 “신고하면 딸을 해치겠다”며 휴대전화로 촬영을 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 군은 사건 당일 오후 논산 시내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A 군은 오토바이를 구매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불특정 여성을 상대로 강도 범행을 하려 했으나 실패하자 B 씨를 상대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그럼에도 A 군의 법률대리인은 “엄청난 죄를 저질러 엄벌에 처함이 마땅하지만, 평소에는 인사도 잘하고 선생님께 꾸중을 들으면 눈물도 흘리는 아이였다. 어려운 가정형편 등을 고려해 달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하지만 대전지법 논산지원 형사합의 1부(이현우 재판장)는 지난달 13일 A 군에게 장기 10년·단기 5년을 선고하고 5년간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과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함께 명령했다.

소년법 제60조(부정기형)에 따라 소년범에겐 장기 최대 징역 10년, 단기 징역 5년까지만 선고할 수 있다. 특정강력범죄로 가중처벌을 받더라도 장기 최대 징역 15년과 단기 징역 7년 이상의 형을 받을 수 없다. 단기형을 채우면 교정 당국의 평가를 거친 뒤 장기형 만료 전 조기 출소할 수도 있다.

재판부는 “가학적이고 변태적인 범행으로 15살 소년의 행동이라고 보기에는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며 “피해자가 극도의 공포감과 성적 불쾌감을 느꼈을 것이 자명하고 회복되기도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는 피고인 측이 제출한 형사공탁금을 거부했고 엄벌을 요청하고 있다.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후 피해자 B 씨는 “2개월 넘게 A 군 가족으로부터 진심 어린 사과가 없었다”며 “자식에게조차 피해 상황을 차마 밝히지 못했는데 지역사회에 소문이 나 하던 일도 그만두고 재취업도 못 하게 됐다”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A 군이 더한 벌을 받길 바란다며 항소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B 씨는 “(소년법상 처벌이) 단기간이 있고 장기간이 있는데, 단기간은 사람을 죽여도 2~3년이면 나온다고 한다. 화가 되게 많이 난다”며 “더 엽기적인 건 (A 군이) 웃는 거다. 내가 울고 있는데 이걸(범행) 하면서 웃는 게 너무 생생하다”라고 고통을 호소했다.

그럼에도 A 군의 부모는 JTBC에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고 상상을 못했다. 우리가 그 분(피해자)한테 죄송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부모인 제가 잘 가르치지 못했으니까 이런 행동을 했을 것”라면서도 “(아들이) 이제 만 15년 살았는데 내가 5년을 못 보고 못 만진다. 피해자분한테는 (형기가) 짧을 수가 있어도 저는 그 5년이 엄청 크다”고 말했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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