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입시학원 교재 제작’ 금지…적발 시 최대 파면

  • 뉴시스
  • 입력 2023년 12월 28일 1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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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카르텔·부조리 범정부 협의체 지침 발표
정부 사업 자문 등 예외 빼고 사교육 업무 금지
가이드라인 안내 후 위반 시 고의 있다고 볼 방침
고의 있고 비위 정도 심하면 최대 파면 처분 가능


정부가 ‘사교육 카르텔’을 방지한다는 명분에서 현직 교사가 사교육업체와 관련된 일체의 업무를 맡는 일을 엄격히 금지했다. 당국은 매년 두 차례 실태를 들여다 본 뒤 지침을 어긴 경우 고의성이 있다고 보고 엄중 처분하기로 했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2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교원의 사교육업체 관련 겸직허가 가이드라인’(지침)을 마련했으며 즉시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지침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본시험 또는 모의평가 출제 경력이 있는 현직 교사가 대형학원이나 일타강사에 대가를 받고 예상문제를 만들어 준 이른바 ‘사교육 카르텔’ 사건에 따른 후속 조치 성격이다.

이에 따라 현직 교사는 대형 입시학원이나 내신 대비 보습학원은 물론 입시학원 등 대부분의 사교육업체와 관련한 일체의 업무를 맡을 수 없게 됐다.

유명 ‘일타강사’가 운영하는 1인 출판사도 포함하는 것으로 본다. 오 차관은 “사교육과 관련돼 있는 영역들은 원칙적으로 (겸직) 금지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교재를 제작하는 ‘문항 출제’는 물론 출판이나 강의, 자문(컨설팅) 및 사외이사 겸직 모두 금지가 원칙이다. 업무의 대가성이나 계속성과도 상관 없다.

학원으로 등록하지 않은 출판사, 정보통신판매업 등 업체에서 이뤄지는 온라인 컨설팅과 강의 영상 제작과 같은 교습 행위 역시도 허가하지 않기로 했다.

교육부는 지금도 교사는 ‘국가공무원법’ 및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등에 근거해 사교육업체와 관련한 문항 출제 등 일체의 업무를 맡을 수 없다고 해석한다.

오 차관은 “기본적으로 사교육업체와 관련돼 있는 행위들은 (교사의) 직무 능력을 떨어뜨리고 공익적 활동이 아니기 때문에 (겸직) 금지 대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교육부가 지난 8월 1~14일 교원 322명으로부터 자진 신고를 받은 결과, 사교육 영리행위 총 344건 중 겸직 허가를 받은 건 120건으로 34.9%에 그쳤다.

특히 ‘학원 등 모의고사 문항 출제’의 경우 자진 신고된 209건 중 38건(18.2%)만 겸직 허가를 받았었고 나머지 사례는 당국의 신고 기간 전까지 숨겨 왔다.

교육부는 이런 사례가 그간의 규정을 현장에서 오인하거나 너무 관대하게 적용해 빚어진 일이라고 보고 보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내놓게 됐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 예외를 두기로 한 업무도 있다. 정부 사업과 관련성이 인정되는 업무와 같이 ‘공익성’이 인정되면 사교육업체와 관련이 있어도 겸직이 가능하다.

학교 현장에서 필요한 우수 에듀테크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현직 교사가 사교육 에듀테크 업체에게 자문을 제공하는 교육부 ‘에듀테크 소프트랩’이 한 예다.

학원에 고액 수강료를 낸 수강생만 구매할 수 있는 수업 교재나 예상 문제집 제작은 금하지만 모든 학생이 구매할 수 있는 참고서 출판 참여는 허용한다.

김정연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교과서 제작에 참여해 집필한 뒤 출판사에서 교과서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영상을 제작해 QR코드로 제공하는 사례가 있다”며 “무료로 볼 수 있다면 겸직에 큰 문제는 없지만 유료 영상이라 하면 사교육 유발 요인이 있다”고 말했다.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학원법)에 따른 ‘평생직업교육학원’인 직업기술학원이나 성인 어학원의 경우 겸직 허가를 받을 수 있다. EBS 등 공공기관이나 대학, 교과서를 제작하는 일반적인 출판사에서도 강의나 교재 저술 등의 업무가 가능하다.

그러나 ‘평생직업교육학원’이라도 실상은 대입 예체능 실기학원이나 편입 준비를 위한 학원일 경우 사교육 유발 요소가 있기 때문에 겸직 심사를 강화한다.

학교는 소속 교사가 사교육업체와 관련한 활동에 대해 겸직을 신청한 경우 이번 지침이 허용한 업무라도 겸직심사위원회를 반드시 구성해 심사해야만 한다.

이번 ‘겸직 금지’ 가이드라인은 오 차관 주재로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렸던 ‘제5차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범정부 대응협의회’에서도 논의됐다.

교육부는 추후 학교에서 구체적인 겸직 활동, 사교육업체 관련성, 사교육 유발요인 등을 살펴볼 수 있도록 겸직허가 신청서 및 체크리스트를 보완할 방침이다.

시·도교육청은 매년 1월과 7월에 겸직 허가 내용 및 실제 겸직 활동 등 겸직실태를 조사하고 이번 가이드라인을 벗어나는 사항이 있는지 조사할 예정이다.

당국은 그간 조사가 현황조사에 그쳤지만 이제부터는 개정된 신청서를 바탕으로 재확인 절차를 거치는 등 보다 엄정한 실태조사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겸직을 승인했던 학교장 역시도 실태조사 대상이 된다.

만약 위반 사항이 적발될 경우 고의 중과실 여부를 엄격히 따져 징계할 방침이다. 특히 이번 가이드라인 안내 이후 허가를 받지 않고 사교육 업무를 한 경우 고의가 있거나 중과실 비위로 보겠다고 경고했다.

현행 사교육업체 관련 교원 징계 양정 기준에서 ‘영리업무 및 겸직금지 의무’를 어긴 교원은 비위 정도가 심하고 고의가 있을 시 최대 파면까지 가능하다.

아울러 대학 교원을 대상으로 한 별도 가이드라인 역시 의견 수렴을 거쳐 내년 7월까지 내놓기로 했다.
한편 이날 협의체에서는 사실상 학교처럼 운영하는 반일제 이상 교습학원 점검 결과도 논의했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반일제 이상 교습학원 81개, 미인가 교육시설 37개 등 총 118개소에 대해 실태점검을 벌여 위법 사항 등을 적발했다.

교습학원 중 37곳은 학원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교습정지(4건), 등록말소(3건), 과태료 부과(22건) 등을 조치했다. 미인가 교육시설 중 28곳에서도 법령 위반이 확인돼 고발·수사의뢰(4건), 대안 교육기관 등록 유도(12건) 등 후속 조치를 진행 중에 있다.

교육부는 학원 등으로 등록하지 않고 운영하는 시설에 대한 실태조사 등 감독 규정을 신설키로 했다.

또 학교 명칭을 불법으로 사용할 경우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근거 규정을 마련하는 등 미인가 교육시설에 대한 제재를 강화한다.

아울러 교육부가 6월 설치한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신고센터에는 이달 15일까지 629건의 신고가 접수됐고, 이 중 117건이 대형 입시학원 관련 신고였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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