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발견됐는데…20년전 사망 처리된 男 살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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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12월 2일 12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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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의정부시 시장실에서 열린 ‘부활 주민등록증 전달식’. 의정부시 제공
지난달 28일 의정부시 시장실에서 열린 ‘부활 주민등록증 전달식’. 의정부시 제공
20여 년간 서류상 사망자 신세였던 50대 남성이 경기 의정부시와 사회복지단체의 노력 끝에 신분을 되찾았다.

의정부시에 따르면 시는 20여 년 동안 서류상 사망자로 살아온 A 씨(57)의 주민등록본을 최근 복원했다.

2000년대 초 가출한 A 씨는 일용직 근로 및 고물 수집을 하며 홀로 생활했다. 그러던 중 약 10년 전 경기 포천시에서 경찰의 불심검문을 받으며 자신의 주민등록번호가 사망 신고된 사실을 알았다.

A 씨는 2003년 5월 26일 의정부시의 한 연립주택 지하 방에서 발견된 남성 시신 1구로 인해 서류상 사망자가 됐다. 당시 시신 부패가 상당해 신원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시신이 발견된 곳은 집 하나를 여러 개의 방으로 쪼개 월세를 준 형태로, 세입자 대부분이 몇 달만 살다 나갔기에 신원 파악이 더욱 쉽지 않았다.

경찰은 탐문 끝에 이 방에 A 씨가 살았다는 얘기를 듣고 노모 등 가족을 찾아 신원을 확인한 뒤 범죄 혐의가 없어 단순 변사로 사건을 종결했다.

A 씨는 삶을 되찾고 싶은 마음에 주민등록 복원을 위해 노력했지만, 복잡한 절차와 비용이 부담돼 결국 포기했다. 정상적인 일자리를 찾는 것이 불가능했고 간단한 계약이나 의료서비스, 금융거래조차 할 수 없어 고시원을 전전했다.

이런 A 씨에게 주민등록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의정부시희망회복종합지원센터는 지난 1월 녹양역 인근에서 노숙하다 시민에게 발견된 A 씨와의 초기상담에서 그가 사망자 신분임을 확인했다.

센터는 A 씨 생존자 신분 회복을 위해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등록부 정정허가’ 소송 수임을 의뢰했고, 최근 법원에서 등록부 정정허가 결정을 받았다. 센터는 각종 절차에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며 식·음료와 구호 물품, 의료진료 연계, 임시거주비를 지원하는 등 일상생활도 관리해 줬다.

시 복지정책과는 A 씨에게 사회복지전산번호를 즉각 부여하고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우선 책정해 생계 및 의료, 주거 등 빈틈없이 서비스를 지원했다.

A 씨는 지난달 28일 시장실에서 열린 ‘부활 주민등록증 전달식’에서 “힘든 날의 연속이었고 사실상 포기했던 삶이었는데, 고마운 사람들을 만나 새 삶을 얻게 되니 희망이 생긴다”고 소감을 밝혔다.

경찰은 A 씨가 등록부 정정허가를 신청했을 때 재판부가 사실 확인을 요청하면서 이 같은 내용을 인지했다. 20년 전 지하 방에서 발견된 시신이 A 씨가 아니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찰은 재수사에 나섰다.

A 씨는 경찰에 “20년 전 지하 방에서 살았으며 돈이 생기면 다른 지역에서 생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조만간 A 씨를 불러 행적 등을 정식 조사할 계획이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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