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동 등산길 살인’ 최윤종 母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

신림동 성폭행 살인 피의자 최윤종이 25일 오전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3.8.25/뉴스1 ⓒ News1

서울 관악구 신림동 둘레길에서 30대 여성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최윤종 씨(30)의 모친이 법정에서 아들이 학창 시절 학교폭력 피해자였다고 하면서도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최 씨의 모친은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정진아)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최윤종의 공판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최윤종의 모친은 양형증인으로 출석했다. 양형증인은 피고인의 양형 사유 심리를 위해 채택된 증인이다. 최윤종의 과거 학폭 피해 사실을 토대로 선처를 호소하기 위한 취지로 출석한 것으로 보인다.

최 씨의 모친은 “(최윤종이) 고등학교 3학년 당시 졸업을 앞두고 학교를 안 가려고 했다”고 했다. 이에 변호인은 “학교 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는 게 사실인가”라고 질문했고 “사실인 것 같다”고 했다.

검찰 측이 “피고인이 학교폭력에 대해 말한 적이 있나”라고 묻자, 최 씨의 모친은 “말한 적은 없지만 (최윤종의) 몸이 멍투성이인 걸 확인해 학교 폭력을 당했다고 생각했다. 허리 쪽에 멍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답했다.

최 씨의 모친은 “피고인과 부친의 관계는 어땠냐”는 질문에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사랑으로 키워야 하는데 나와 남편이 사랑을 못 받고 자라서. (유족들에게) 죽을죄를 지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에게는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고인께 너무 죄송하다”고 했다.

다만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할 마음은 있냐”는 변호인의 질문에는 “그런 생각까지는 못 했다. 저희도 살아야 한다”고 답했다. 또 “경제적으로 어려워 합의금 마련이 어렵다면 유족을 위한 사과문을 낼 생각은 없냐”는 취지의 질문을 받자, 최 씨의 모친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솔직히 돈 문제는 힘들다” 등의 답변을 내놨다.

최 씨는 모친의 출석을 두고 심경을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 “굳이 안 나와도 됐을 것 같다”고만 했다. 어머니에게 감사하지 않냐는 물음에도 “잘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최 씨는 8월 17일 서울 관악구의 한 산속 공원 둘레길 등산로에서 너클을 낀 주먹으로 30대 여성을 때리고, 쓰러진 피해자 몸 위로 올라타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