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일부 업종·직종 한해 노사 원하면 유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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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11월 13일 14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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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13일 근로시간 제도 개편 관련 설문조사 결과 발표
국민 46.4% “연장근로 관리 단위 확대” 찬성…응답자 전체 절반 이하
“구체적 방안은 노사정 사회적 대화 통해 마련”

정부가 일부 업종 및 직종에 한해 노사가 원할 경우 ‘주 52시간제’를 유연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세부적인 개선 방안은 노사정 대화를 통해 마련하겠다며 구체적인 그림을 내놓지 못해 근로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은 13일 오후 2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근로시간 제도 개편 관련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와 개편 방향을 발표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3월 1주 12시간으로 제한된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확대하는 내용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후 ‘주 69시간’ 논란이 불거지며 여론의 비판을 받자 개편안 재검토에 들어갔다.

고용부는 지난 6월부터 두 달간 근로자 3839명, 사업주 976명, 국민 1215명 등 60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는 현행 주 52시간제(법정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에 대한 평가와 문제점, 근로시간 개편 방향 등의 내용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국민 48.2%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장기간 근로 감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52시간제 도입으로 장시간 근로가 감소했다는 데 대해 동의하는 응답(노 48.5%, 사 44.8%, 국민 48.2%)은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노 16.1%, 사 15.0%, 국민 23.0%)보다 많았다.

현 제도로 업무시간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데 대해서도 긍정 평가(노 45.9%, 사 45.1%, 국민 48.5%)가 부정 평가(노 14.4%, 사 14.8%, 국민 19.2%)를 크게 앞섰다.

현 근로시간 제도에서 갑자기 업무량이 늘었을 때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려운지에 대해서는 동의하는 응답(노 28.2%, 사 33.0%, 국민 39.0%)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노 30.9%, 사 31.5%, 국민 29.8%)과 큰 차이가 없었다.

현 근로시간 제도가 업종·직종별 다양한 수요에 맞게 반영되기 어려운지 묻는 질문에는 동의하는 응답(노 44.2%, 사 44.6%, 국민 54.9%)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노 17.7%, 사 16.5%, 국민 15.7%)보다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연장근로 확대”…찬성이 더 많지만 과반은 안돼
당초 정부가 추진하려던 ‘연장근로 관리 단위 확대’와 관련해서는 동의하는 응답(노 41.4%, 사 38.2%, 국민 46.4%)이 동의하지 않는 응답(노 29.8%, 사 26.3%, 국민 29.8%)보다는 많았지만 전체의 절반 이하였다.

또 연장근로 관리 단위 확대에 긍정적 또는 보통이라고 답한 노·사 응답자 중 60% 가량은 당초 정부가 내놓은 ‘월, 분기, 반기, 연’ 가운데 ‘월 단위’까지만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용노동부 제공
고용노동부 제공


일부 업종·직종에만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찬성 비율(노 43.0%, 사 47.5%, 국민 54.4%)이 반대 비율(노 25.2%, 사 21.3%, 국민 23.9%)을 크게 앞섰지만 역시나 전체 응답자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자신이 속한 업종의 연장근로 관리 단위 확대가 필요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은 업종의 경우 제조업(노 55.3%, 사 56.4%), 건설(노 28.7%, 사 25.7%)에서 가장 높았다. 직종에서는 설치‧정비‧생산직(노 32.0%, 사 31.2%), 보건‧의료직(노 26.8%, 사 22.8%), 연구‧공학 기술직(노 22.2%, 사 26.4%)에서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근로시간 제도 개편에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는 노사 모두 확실한 임금보장(노 57.0%, 사 49.5%, 국민 63.7%)과 평소보다 더 일했을 경우 확실하게 쉴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노 34.3%, 사 29.6%, 국민 44.8%)을 꼽았다.

또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확대할 경우 필요한 건강권 보호 조치로는 1주 최대 근로시간 한도 설정(노 55.5%, 사 56.7%)이 가장 많았고, 11시간 연속 휴식 보장(노 42.2%, 사 33.6%)이 다음 순이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현행 주 52시간제의 틀을 유지하면서 일부 업종·직종에 한해 노사가 원하는 경우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1주로 한정하지 않고 선택권을 부여하는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주 최대 근로시간 상한과 11시간 연속 휴식 보장을 노사정 논의에 넣어 향후 개편안을 내기로 했다.

고용부 “노사정 사회적 대화 통해 세부안 마련”
고용부는 이번 설문 결과를 토대로 제도 개선이 시급한 업종과 직종을 세부적으로 선정하기 위한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8개월 가량 설문조사 등을 통해 보완을 거쳤음에도 총선을 앞두고 여론의 눈치를 보느라 세부적인 개선 방향조차 내놓지 못하면서 제도 개선의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설문 결과 제도 개선의 필요성에 대한 압도적 지지도 확인하지 못한 상황에서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노정 관계 역시 걸림돌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정부가 첫 번째 노동개혁 과제로 추진했던 근로시간 제도 개편이 장기 표류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 차관은 “노사정의 사회적 대화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해 나갈 것인 만큼 경영단체는 물론 노동단체도 대화에 참여해 실질적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며 “정부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이 필요한 업종 및 직종 선정 등을 위한 실증 데이터 분석과 추가적인 실태조사에 조속히 착수해 노사정 대화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sinnala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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