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평가 무단 열람한 보안 담당자…法 “해고는 부당”

  • 뉴시스
  • 입력 2023년 11월 6일 07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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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보안팀 직원, 사내 전산망 무단 열람
형사처벌 후 해고…"부당하다"며 구제신청
法 "직무 의무 위반 아냐…해고 처분 과해"

동료 직원들의 평가 결과를 무단으로 열람한 직원에게 내려진 해고 처분이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강우찬)는 재단법인 A센터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지난 9월 원고 패소 판결을 냈다.

앞서 A센터는 2019년부터 다음 해까지 외부 업체 용역을 통해 직원들의 다면평가 결과를 전송하기로 했다. 당시 전송은 개인별로 부여된 인터넷 주소를 문자메시지로 전송해 각 직원이 자신의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정해졌다.

다만 직원 B씨가 타 직원들의 정보를 무단으로 열람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B씨는 휴대전화를 이용해 51명의 다면평과 결과를 휴대전화로 촬영해 저장한 뒤 이를 사내 한 본부장에게 유출했다. 이후 2021년 B씨는 이 혐의로 1심에서 징역 8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선고 이후 센터 측은 징계 절차를 열고 ▲다면평가 결과 무단 열람 ▲직무상 의무위반 ▲유출사건 관련자 자진신고 지시 위반 등의 이유를 들어 B씨를 해고 처분했다.

B씨는 이 처분에 불복해 그해 6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내 8월 인용됐다. 이에 센터는 재심을 신청했으나 기각돼자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에서 센터 측은 “정보보안 담당자인 B씨가 소속 직원들의 자료를 임의로 유출한 행위는 심각한 범죄행위”라며 “재심판정은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센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B씨의 평가 결과 무단 열람·저장 관련 징계는 정당하나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B씨가 보안 담당자로서 다면평가 결과 유출 가능성을 보고하지 않은 것이 추가로 징계사유를 구성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자진신고 지시의 내용은 관련자에 대한 요청일 뿐 의무를 부여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설령 의무를 부과한 것이라고 해도 이는 대상자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하고 그에 따른 불이익을 주기에 헌법상 권리침해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B씨에 대한 징계 수위와 관련해선 “B씨가 무단으로 정보를 열람한 것은 맞으나 보안시스템에 적극적으로 침입하지는 않았다”며 “다면평가 결과 웹사이트 주소가 단순히 순번에 따라 부여돼 일반 직원들도 보안상 허점을 알 수 있을 정도로 허술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유출의 원인은 외부업체의 안일한 보안관리 방식이기에 A씨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기는 어렵다”며 “A씨가 해당 정보를 사적 이익화 하거나 다수에게 유출하진 않았다”고 부연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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