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나흘 뒤 멈추나…노사 충돌 여전하고 노노갈등까지

  • 뉴시스
  • 입력 2023년 11월 5일 07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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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인력감축안 놓고 입장차 여전…8일 최종 협상
노동이사 임명건으로 기존 노조-MZ노조 간 비방도

서울 지하철이 오는 9일 총파업으로 멈춰설 위기에 처했다. 인력 감축안을 둘러싼 서울교통공사와 노조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모양새다. 거기에 제3노조인 ‘MZ노조’ 목소리가 커지면서 노노갈등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5일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조에 따르면 노사는 지난 2일 4차 본교섭을 열고 두 달 만에 대화를 재개했으나 인력감축 문제를 놓고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정회했다.

양측은 인력감축 문제를 두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대규모 적자에 시달려온 사측은 경영정상화를 위해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서울교통공사의 당기순손실은 2020년 1조1137억원, 2021년 9644억원, 2022년 6420억원이다. 2021∼2022년은 서울시의 재정지원금을 반영한 규모로 이를 제외하면 사실상 3년 연속 1조원 대 적자다.

서울시와 공사는 적자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2026년까지 정원 1만6367명의 13.5%인 2212명을 감축할 계획이다. 이는 공사 전체 정원의 약 13.5%에 달한다. 올해 예정된 감원 인원은 지난해 유보된 126명을 포함한 383명이다.

반면 서울교통공사 노조 연합교섭단은 사측이 2021년과 2022년 강제 구조조정이 없도록 한다는 노사 합의를 3년째 무시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연합교섭단에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한국노총 공공연맹이 참여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달 73.4%의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해, 오는 9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노조는 서울시와 공사에 인력감축과 외주화를 중단하고, 인력 771명 채용을 요구하고 있다. 무리한 인력 감축이 안전문제로 직결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현정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작년 이태원 참사를 겪고도 서울시는 서울시민과 노동자의 생명보다 돈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냐”라며 “오세훈 시장은 2021년과 2022년 노사 합의를 통해 강제적 구조조정은 하지 않겠다고 두 번이나 합의해놓고 그 조차 무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는 지하철 요금을 150원 인상했다는 이유로 감축 규모를 종전보다 700여명 늘렸다. 이대로라면 추가 요금 인상 계획에 따라 인력 감축 규모는 3000명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

게다가 노조 간의 갈등도 빚어지는 양상이다. 기존 노조와 MZ노조 간에 파업과 노동이사 임명건을 두고 비방이 이어지고 있다.

‘MZ세대’가 주축인 제3노조인 올바른노조는 “명분이 부족하다”면서 파업에 불참 의사를 밝혔다. 여기에 오 시장이 서울교통공사 노동이사에 올바른노조 후보를 임명한 것을 두고 양 노조 간의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다.

공공기관의 노동이사제는 기관 내 직원 투표를 거쳐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총 지명 인원의 2배수를 상급기관에 추천한다. 교통공사는 1~4위 후보를 서울시에 추천하고, 시장이 2명을 임명하는 방식이다.

직원 투표에서 민주노총 산하 노조 노기호 후보와 장기현 후보가 각각 1·2위를 차지했다. 올바른노조 조은호 후보는 3위였다.
서울시는 그동안 통상적으로 1, 2위 후보를 노동이사로 지명했다. 하지만 오 시장이 3위 후보를 지명하자 연합교섭단이 강하게 반발했다.

연합교섭단은 “오 시장과 올바른노조의 카르텔은 밀월 관계를 과시하며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의 의사와 노동자 경영 참여라는 가치를 짓밟았다. 우리는 오 시장의 노동이사 임명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반면 올바른노조는 절차에 맞게 임명됐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노조가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올바른노조는 공사 노조 간부들의 타임오프제(근로시간 면제제도) 오남용도 지적했다.

올바른노조는 “무단결근을 자행하는 노조간부들로 인해 지하철 운영기관의 안전 문제까지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좌시할 수 없는 문제”라며 “기존 노조의 이러한 비도덕, 불법적 행태가 계속된다면 우리가 주장하는 인력 부족에 대해서도 의심을 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사는 오는 8일 오후 3시부터 최종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지만 협상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오 시장과 백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이 최근 “인력감축 계획은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기 때문이다.

백 사장은 지난달 31일 기자간담회에서 “인력조정에 대해서는 협상을 해 제로화(철화)할 여지는 없다”면서 “강제적 조정이 아니고 정원을 조정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현재 일하는 부분에는 큰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연합교섭단 관계자는 “여러 차례 본·실무교섭을 했지만 원점이다. 노동이사 임명 문제는 노사 간의 문제가 아니어서 협상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지는 않지만 산하기관을 최종 관리하는 시장의 그런 행동이 (협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최대한 열린 마음으로 협상에 임하겠다”며 “사측의 의미 있는 제한이 있으면 8일 전에도 언제든지 대화할 의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끝내 협상이 결렬돼 파업이 이뤄지면 지난해 이어 2년 연속이다. 지난해 11월30일 노조는 2016년 이후 6년 만에 파업에 돌입했다. 당시에는 파업 첫날 밤 늦게 협상이 타결되면서 하루 만에 파업을 중단한 바 있다.

다만 파업이 벌어져도 지하철이 완전히 멈추지는 않는다. 지하철은 필수유지업무 제도에 따라 파업 시에도 전체 인력의 30% 수준의 최소 인력은 유지된다. 공사는 출퇴근 시간대에는 정상 운행하고 나머지 시간대 운행률을 평소의 80~85% 수준으로 줄일 방침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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