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 교과, 축소 불가피”…내신 1등급 4%→10%에 주요대 ‘고심’

  • 뉴시스
  • 입력 2023년 10월 15일 08시 08분


코멘트

서울권 입학처장 "내신 변별력↓…'학종과 통합' 대안"
이주호 "50과목 모두 1등급 많지 않아"…'허점' 지적도
자사고 학급당 학생, 일반고 1.3배…"내신 획득 유리"

고교 내신 1등급 비율을 4%에서 10%로 높이겠다는 교육부 대입개편안에 대학들은 대체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내신 변별력 약화로 학생부 교과전형을 지금처럼 운영하긴 어렵다는 것인데, 교육부 입장과 현장 반응의 차이가 큰 모습이다.

15일 교육부의 2028학년도 대입개편 시안에 따르면,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되는 2025년부터는 고교 내신 1등급 비율이 4%에서 10%로 높아진다.

현행 ‘고1 9등급제 상대평가, 고2·3 전면 절대평가’의 폐해를 막고자 절충안을 마련했고, 내신 상대평가를 1·2·3 전 학년으로 확대하는 대신 성적 경쟁 부담을 줄이고자 1등급 비율을 4%에서 10%로 늘렸다는 것이 교육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2028학년도부터 이를 통해 신입생을 선발해야 하는 대학들은 난감해 하는 분위기다.

10%나 1등급을 획득하는 체제에서는 내신 위주인 학생부 교과전형을 지금처럼 운영하긴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약해진 내신 변별력을 보완하고자 수능 최저를 높이거나 면접을 추가하는 등 전형 요소를 추가하느니 아예 학생부 교과전형을 학생부 종합전형에 통합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 소재 A대 입학처장은 “학생부 교과전형은 축소가 돼서 학생부 종합전형 일반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는 “기존 1등급(4%)은 서울·고려·연세대부터 서강·성균관·한양대 선에서 들어왔는데 바뀐 1등급(10%)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내신을 더 세분화해서 평가할 수 있는 특별한 지표가 없는 한 교과전형은 종합전형에 희석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서울 소재 B대 입학처장은 “2030년대 초 학생 수가 40만명 아래로 줄어들기 전까지는 내신 변별력이 떨어질 것 같다”며 “특히 최상위권 대학이 학생부 교과전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른 전형 요소로 변별력을 둬야 할 텐데, 그렇게 하느니 학생부 종합전형에 통합해 운영하는 방안이 대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제도를 설계한 정부의 입장과는 차이가 크다.

교육부는 2028 대입개편 시안 보도자료를 통해 “학생부 교과전형 등 내신 성적 위주로 평가하는 대입전형이 지금처럼 운영될 수 있다”고 확신한 바 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2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내신 변별력 저하가 우려된다는 질문에 “고등학교 때 50과목 정도를 듣는데 50과목 모두 1등급을 받는 아이들은 정말 소수”라며 “평균 학점으로 하면 얼마든지 변별이 된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고교학점제를 통해 학생들이 듣는 50여개 과목들이 모두 대입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 부총리 논리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B대 입학처장은 “학생부 교과전형에는 계열별로 반영하는 교과 수가 제한돼 있다”며 “지금 고1만 상대평가 하는 것에서 2·3학년까지 상대평가 과목이 늘기 때문에 이 부총리 논리가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지만, 서울대에 가려는 학생들은 모든 과목이 거의 다 1등급이지 않겠나. 최상위권 대학에서는 변별력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A대 입학처장은 “지방으로 갈수록 수강생이 13명 미만인 소인수 선택과목이 많을 텐데, 이 과목들은 절대평가로 실시되고 이런 과목들이 많아질수록 10%가 1등급인 5등급제 상대평가 내신의 변별력은 약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입시업계 관계자는 “내신 1등급 비율은 2배 이상 늘었는데 학생들이 듣는 수업은 최소 192학점으로 고교학점제 이전 204단위에서 오히려 줄었다”며 “내신 변별력이 약해지지 않는다고 설득하려면 대입 개편 이후 내신 1등급대 학생 수가 현행과 큰 차이 없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교육부가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부 교과전형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더라도 일반고 학생보다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학생들이 내신 획득에 유리하다는 분석도 있다. 서울시교육청 집계에 따르면 올해 4월1일 기준 서울 자사고 17개교의 학급당 학생 수는 30.9명으로, 일반고 23.6명보다 31%나 많다.

4%가 1등급인 경우 자사고와 일반고 모두 한 학급당 1명만 1등급을 받지만, 10% 체제에서는 자사고(3명)가 일반고(2명)보다 1등급을 1명 더 받는 것이다. 학교당 학생 수도 자사고가 1006명으로 일반고 700명보다 30%나 많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이렇게 되면 옛날(고1만 9등급제 상대평가)보다 자사고의 내신 부담이 크게 완화됐고 학생 수가 많기 때문에 오히려 일반고보다 내신 성적 획득에 좋아진 환경이라고 봐야 한다”며 “자사고가 있는 지역은 자사고에 진학하려는 분위기가 예전보다 더 조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