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중 가슴통증·어지럼증…‘돌연사’ 신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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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9월 25일 07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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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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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하지만 죽을 날을 알고 사는 사람은 없다. 다만 죽음에 이르게 하는 유전적 질환을 안고 사는 사람이라면 적절한 치료를 통해 삶을 연장할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인 사망 원인 1위는 암(26.9%)이다. 심장질환은 9.9%로 그 뒤를 잇는다. 그중 유전성 심장질환으로 인해 갑자기 사망하는, 이른바 돌연사는 심장질환 사망자의 약 35%를 차지한다.

특히 20~40대의 젊은층이 유전성 심장질환으로 돌연사하는 데는 비후성 심근증(HCM, Hypertrophic cardiomyopathy)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비대성 심근증이라고도 불리는 비후성 심근증은 말 그대로 심장 근육이 과도하게 두꺼워져 혈액이 온몸으로 나가는 좌심실의 구조를 변형시키는 선천성 희귀 심장병이다. 인구 500명당 1명에게서 발견되는 질환으로, 그중 약 70%는 돌연사 위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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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후성 심근증은 심장 근육의 수축력은 증가시키지만 이완 기능은 떨어뜨려 환자는 계단 오르기, 달리기 등의 가벼운 동작이나 신체 활동에도 호흡곤란, 협심증, 부정맥, 실신, 심부전 등 다양한 증상을 경험할 수 있다.

실제로 비대성 심근증 환자의 심부전 발생 위험은 일반인에 비해 최대 43% 높다. 심방세동 발생 위험도 일반인보다 약 6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환자들은 강도 높은 육체 활동을 피하는 게 좋다. 2000년 롯데 자이언츠 임수혁 선수가 경기 도중 쓰러져 사망에 이른 것도 바로 이 비후성 심근증 때문이다.

그나마 비후성 심근증은 유전적 영향이 있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과 치료로 이어지면 돌연사 위험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

강기운 중앙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직계가족 중에 돌연사하거나 비후성 심근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가족 전체가 심장 초음파 등의 정밀검사를 통해 질환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며 “문제는 비후성 심근증 환자의 돌연사를 예방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 있지만 치료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정확한 진단을 못 받거나 확실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비후성 심근증을 앓고 있음에도 진단받지 못한 환자가 전체 환자의 85%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연구가 거듭되면서 진단 정확도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4월 유럽부정맥학회 연례학술대회(EHRA 2023)에서 발표된 ‘TEMPO-HCM’ 연구 결과를 보면, 비후성 심근증 환자의 부정맥 발생을 사전에 감지하는 기존의 24시간 홀터 모니터(Holter ECG monitor)보다 30일 동안 진행하는 확장 심전도 모니터(Extended ECG monitor)를 활용한 진단이 더 정확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따르면 유럽 5개 병원에서 심방세동 선별 또는 심장 돌연사의 위험 계층화를 위해 비후성 심근증 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24시간 홀터 모니터링을 시행했을 경우 부정맥 진단율이 11%에 불과했지만 30일 동안 확장 심전도 모니터링은 한 결과 부정맥 진단율이 65%에 달했다.

또 심실 빈맥 진단율도 24시간 홀터 모니터링에서는 8% 진단율에 그쳤지만, 30일 확장 심전도 모니터링에선 62%에 달했다.

강기운 교수는 “이는 비후성 심근증의 정확한 진단으로 부정맥 발생 및 돌연사, 심부전 발생 위험을 사전에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최근엔 비후성 심근증이 초래하는 심혈관계 합병증 위험을 더욱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지표도 나왔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김형관 교수·분당서울대병원 황인창·고려대 구로병원 최유정 교수 공동연구팀은 지난 8월 좌심실 박출률(LVEF)이 50~60%인 비후성 심근증 환자 349명을 약 4년간 추적해 심혈관계 합병증 발생 위험을 비교 분석한 결과, 좌심실종축변형율 절대값이 10.5% 이하인 경우 이를 초과하는 환자보다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이 2.5배 증가하는 것을 밝혀냈다.

좌심실 박출률은 좌심실로 들어온 혈류량 대비 대동맥으로 빠져나간 혈류량의 비율을 말한다. 좌심실종축변형율은 심장 수축 시 좌심실 길이가 세로축으로 줄어든 정도를 뜻하는데, 절대값이 클수록 수축력이 강하다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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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결과 좌심실종축변형율 절대값이 10.5%를 초과할 때, 이 값이 증가할수록 심혈관계 사망 발생 위험이 낮아졌다. 반면 수축력 저하군(10.5% 이하)은 돌연사를 포함한 심혈관계 사망 위험이 2.54배 높았다.

이에 따라 돌연사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 비후성 심근증 환자를 선별해 개별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된 것이다.

비후성 심근증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도 있다. 운동 중이나 운동 직후에 가슴에 통증이 나타나거나 어지럼증, 맥박 이상이 느껴지고, 속이 울렁거리고 지나치게 숨이 차오르면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비후성 심근증 진단을 받으면 의사의 지시에 따라 베타차단제나 항부정맥제 등 약물치료를 해야 한다. 심한 경우에는 두꺼워진 심장 근육을 잘라내는 심근 절제술을 고려해야 한다.

홍준화 중앙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심근 절제술은 대동맥 판막 아래쪽의 근육을 엄지손가락 크기 정도로 잘라내는 방법으로 일주일 정도 입원이 필요하고 2~3주 후에는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며 “수술을 통해 증상을 호전시키는 것은 물론 부정맥, 급사의 위험을 줄여 장기생존율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며 수술 성공률 또한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증상이 심하지 않거나 약물로 증상이 잘 조절되면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심한 경우에는 수술을 통해 최악의 상황을 피해갈 수 있다”고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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