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엔 “이민이 해법 될 수 있어”

“물고기를 주는 것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믿습니다.”
21일 오후 5시(현지시간) 미국 코네티컷주 뉴헤이븐의 예일대 강의실. 200여 명의 예일대 학생과 교수들이 오세훈 서울시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오 시장은 “70년 전 한국전쟁 당시 한국이 국제연합(UN)으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했더라면, 저는 지금 여러분 앞에 서 있지도 못했을 것”이라며 “한국이 한때 원조를 받아야 했던 나라에서 지금은 원조를 제공하는 나라로 탈바꿈한 것처럼, 서울도 약자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약자와 동행하는 글로벌 도시 서울’을 주제로 열린 이날 강연은 예일대 동아시아 학회의 초청으로 마련됐다. 강연을 들으러 온 이들로 150석 정원의 강의실은 꽉 찼고, 50여 명은 자리가 없어 서서 들을 정도로 뜨거운 관심이 쏟아졌다. 오 시장이 예일대를 찾은 건 1998년 예일대 법학대학원에서 객원교수로 머무른 이후 25년 만이다.
강연 주제와 관련해 이후 질의응답 시간에는 약자 정책 관련 질문이 이어졌다. 한 학생이 “성소수자를 위한 정책이 있느냐”고 묻자 오 시장은 “보수당에 속해 있는 나에게 민감한 질문”이라며 “그들의 인권과 성적취향을 존중해야 하고 불편함이 없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한국 사회는 그 문제에 대해 보수적”이라고 답했다.

아프가니스탄 학생이 한국의 성평등 정책에 관해 질문하자 오 시장은 “10년 전 여성 전용주차장을 만드는 등 ‘여성행복프로젝트’를 통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했다”고 소개한 뒤 “한국에서는 여권이 급신장하고 있어 10년 뒤면 실질적인 평등이 이뤄질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기업체 같은 사적 영역에서는 유리천장이 남아있고 정치 영역에서도 성평등이 이뤄지고 있지 않아 한국 사회가 조금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페미니즘에 대한 질문에는 곤혹스러운 태도로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오 시장은 “저는 딸만 둘이라 본능적으로 여성 편이지만, 한국의 페미니즘은 과격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역사적으로 남성 우위 사회였기에 반작용으로 훨씬 더 공격적인 페미니스트들이 생겨났다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 조금 더 형평이 이뤄지는 사회가 될 때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한국의 저출생 해법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오 시장이 “아주 어려운 질문이다. 여기 젊은 사람들에게 물어보자”라고 답하자 객석의 웃음이 터졌다. 오 시장은 “저출생에 많은 이유가 있는데 우선 교육비가 많이 든다. 첫 해결법은 서울시나 정부가 그들이 교육을 잘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인데 쉽진 않다”라며 “이민이 다른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에만 54개 대학이 있고 동남아 학생들이 유학을 많이 온다. 그들이 더 잘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려고 한다”라며 “1~2년 후에 많은 한국인들은 이민을 통한 해법에 점점 동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특강에 앞서 오 시장은 피터 샐러비 예일대 총장과 만나 서민·중산층 가정 학생들을 위해 예일대에서 추진하는 지원정책 등을 청취했다. 샐러비 총장은 “전액 또는 일부 보조금 등 총 55%의 학생이 어떤 형태로든 지원을 받으며 학교에 다닌다”라며 “미국 시민권 여부와 관계없이 국제 학생도 해당한다”고 소개했다.
오 시장은 차기 대선 행보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샐러비 총장이 “유력한 대선 후보라고 들었다. 다음 대선은 언제인가”라고 묻자 오 시장은 “4선 서울시장으로서 5선 시장을 바랄 뿐”이라고 답했다.
뉴헤이븐=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