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 출산 ‘보호출산제’ 본회의 통과만 남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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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에도 실명 출산 어려울때 선택
문서 남겨 산모 동의땐 자녀에 공개
본회의 통과하면 내년 7월 시행

임신부가 자신의 신원을 밝히지 않은 채 익명으로 병원에서 출산한 후 태어난 아이를 지방자치단체에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보호출산제’가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이 내용을 담은 위기 임신 및 보호출산 지원과 아동 보호에 대한 특별법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내년 7월 19일부터 보호출산제가 시행된다.

보호출산제는 병원에서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의 신고 없이도 즉시 출생 등록이 되도록 하는 ‘출생통보제’가 6월 국회 문턱을 넘으며 필요성이 커졌다. 출생통보제는 ‘수원 영아 살해’ 사건처럼 태어났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아 보호받지 못하는 아동이 발생하는 걸 막기 위한 제도다. 하지만 이 제도 때문에 오히려 위기 상황에 처한 임신부가 병원 밖에서 아이를 낳은 뒤 유기하는 사례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보완책’으로 보호출산제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이 법 제정안은 보호출산을 최후의 수단으로 상정하고, 임신부가 보호출산을 선택하기 전에 최대한 직접 아이를 양육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우선시한다. 이 법이 제정되면 정부는 위기 임신부가 상담, 정보 획득, 서비스 연계 등을 받을 수 있는 지역상담기관을 지정해야 한다. 전국에 10여 곳 설치될 지역상담기관은 복지시설과 연계해 위기 임신부가 출산 전후에 주거와 돌봄을 지원받도록 돕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러한 상담 절차를 거쳤음에도 실명으로 출산하기 어려운 위기 임신부는 보호출산을 선택할 수 있다. 임신부가 보호출산을 신청하면 가명과 함께 주민등록번호를 대체할 ‘관리번호’를 부여받는다. 가명과 관리번호는 출산 당시뿐만 아니라 산전 검진에도 사용된다. 이 과정에서 드는 의료비는 전액 지원된다.

보호출산으로 아이가 태어난 이후에도 7일 동안은 숙려 기간으로, 산모는 아이를 정말로 입양 보낼 것인지에 대해 한 번 더 고민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이후 아이가 지자체로 인도돼 입양 절차가 시작되더라도, 아이가 입양 허가를 받기 전까지는 산모가 보호출산을 철회할 수 있다.

보호출산을 하는 임신부는 자신의 이름과 보호출산을 선택하기까지의 상황 등을 문서로 남겨야 한다. 보호출산으로 태어난 자녀는 성인이 된 후, 또는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은 경우 이 서류 공개를 요청할 수 있다. 보호출산제는 2020년 처음 발의됐으나 아이를 쉽게 포기할 수 있고 나중에 아동이 부모를 찾을 수 없다는 이유로 계류된 상태였는데 이를 보완한 것이다. 다만 이때 생모가 서류 공개에 대해 동의하지 않으면 인적 사항을 제외한 채 공개된다.

이기일 복지부 1차관은 16일 보호출산제 관련 간담회에서 “모든 아동의 신속한 출생 신고와 아동 유기 방지를 위해 의료기관 출생 통보와 보호출산은 동시에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익명 출산#보호출산제#실명 출산 어려울때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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