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명물 배빵 맛보세요” 농산물 활용해 지역 상생 일군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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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회사법인 ‘소월당’ 이수아 대표
4년간의 연구 끝에 ‘배빵’ 개발
코로나19 때 온라인 주문 몰리며
매출액 크게 늘고 사업 확장도

농업회사법인 ‘소월당’을 운영하는 이수아 대표가 일하는 모습. 울산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식품을 만드는 이 대표는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소월당 제공
농업회사법인 ‘소월당’을 운영하는 이수아 대표가 일하는 모습. 울산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식품을 만드는 이 대표는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소월당 제공
울산은 중화학 산업의 메카다. 또 다른 얼굴의 울산이 있다. 농업도시 울산이다. 농업회사법인 ‘소월당’을 운영하는 이수아 대표(39)는 울산의 다양하고 질 좋은 농산물을 활용한 식품을 만드는 여성 농업인이다.

소월당의 대표 상품은 ‘배빵’이다. 울산의 명물 울주배로 만든다. 배빵에 대한 이 대표의 자부심은 크다.

“배로 만든 잼을 넣는 빵입니다. 배는 딸기, 블루베리 등 다른 과일보다 오랜 과정을 거쳐 잼으로 탄생합니다.”

배는 수분이 많은 과일로 유명하다. 잼을 만들기 위해 졸이는 시간은 다른 과일보다 3∼5배 길다. 배 120㎏을 15시간 약한 불에 졸이면 원래 양의 6분의 1인 20㎏ 정도의 잼을 얻을 수 있다.

소월당 배빵.
소월당 배빵.
이 대표가 창업 때부터 꼭 지키는 것은 주재료의 함량. 배빵의 울산 배 함량은 19.5%로 매우 높은 편이다. 배는 믹서에 갈지 않고 얇게 썰어 넣어준다. 배 특유의 사각거리는 식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여기에 지역 낙농가에서 생산된 우유, 이를 가공한 버터, 방사유정란, 유기농 밀가루 등을 혼합해 오븐에 노릇노릇하게 구워내면 배빵이 완성된다.

소월당은 배빵 외에 팥양갱, 곡물쿠키, 통밀빵, 발효차 등을 생산한다. 모두 지역 친환경 농산물로 만들고 방부제는 일절 사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십리대숲대잎양갱’이라는 이름의 양갱은 대나무 죽순을 포장재로 사용한다.

재료부터 포장까지 친환경 자연주의를 고수하는 소월당은 요즘과 같은 추석 시즌이 일 년 중 가장 바쁘다. 명절 선물, 상견례 이바지 예단 등으로 인기가 높다. 몇 년 전 외교부에 위안부 할머니 특별 선물용으로 납품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울산에서 대학까지 졸업한 뒤 서울로 갔다. 이때까지만 해도 자신이 식품업에 종사하리라고는 상상을 못했다. 서울의 한 회사와 중학교에서 직장 생활을 4년간 한 후 2010년 귀농했다. 26세 때였다. 적지 않은 나이에 진로를 바꾼 것은 안면마비 등 건강상의 이유가 컸다. 휴식을 취하며 녹차 농사를 짓는 부모님을 돕다가 차과자(차와 곁들여 먹을 수 있는 과자)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2013년 소월당을 창업했다.

“커피에 곁들이는 쿠키는 흔한데 전통차와 어울리는 과자는 별로 없었습니다. 원래 음식을 만드는 것을 좋아했던 터라 평생 직업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과류 제조 기술을 배웠고, 화과자 기술이 발달한 일본 교토로 1년간 유학을 다녀왔다. 귀국 후 의욕적으로 창업했지만 매출은 실망스러웠다. 차과자는 유효기간이 짧고 원가가 높아 대중화에 한계가 있었다. 무엇보다 기존 제품들과 다른 차별화된 경쟁력이 필요했다. 그때 지역 특산물인 울산 배가 눈에 들어왔다. 온종일 불 앞에서 배를 줄여가며 연구한 끝에 창업 4년 만인 2017년 배빵이 탄생했다.

배빵은 나오자마자 인기를 끌었다. 출시된 해 울산관광기념품 공모전에서 은상을 받았고, 이듬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하는 전국으뜸농산물한마당에서 장관상을 2개 부문에서 받았다. 올해부터 시행되고 있는 고향사랑기부제에서 소월당 배빵은 울산시와 울주군의 답례품으로 채택됐다.

울산 소월당 카페 전경. 소월당 제공
울산 소월당 카페 전경. 소월당 제공
온오프라인 판매를 병행하고 있으며 소월당 웹사이트와 울산에 카페가 있다. 2017년부터 KTX 울산역에서 운영 중인 판매 코너는 팬데믹 때문에 문을 닫았다가 2개월 전 재개장했다. 여행객들이 기차에 오르내리면서 손쉽게 울산의 대표 먹거리를 접할 기회다.

이 대표는 농부라는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는다. 울산 울주군에서 팥 농장 991㎥를 가꾸고 있으며 부모님의 녹차밭 4000여 ㎡ 경작도 돕고 있다. 여기서 수확하는 팥, 차 등은 소월당의 재료로 쓰인다.

올해 소월당은 2020년 대비 매출액이 1277% 늘어나는 성과를 거뒀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많은 기업이 고전한 것과 달리 소월당은 오히려 매출이 증가했다. 온라인 주문이 몰리자 제조 시설과 판매 시설을 통합 이전하면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친 결과이기도 하다.

“어느덧 10년 차 기업이 됐습니다. 소자본 1인 기업으로 시작해 지금은 여러 명의 직원을 거느린 사업체가 됐습니다. 아무리 회사 규모가 커져도 처음 배빵을 만들 때의 결심을 잊지 않겠습니다. 지역 농산물을 활용해 사업을 일군 저에게는 지역사회와 상생이 중요한 가치라는 것을 언제나 명심하겠습니다.”

준비부터 성장까지… 창업 꿈꾸는 청년농 지원






단계별 농업 교육 프로그램 진행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어요.”

영농의 꿈을 가진 젊은이들의 가장 큰 희망 사항 중 하나는 배움이다. 자신이 종사하는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시대다. 정부는 영농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농업에 대해 배울 수 있도록 준비, 진입, 정착, 성장의 단계별로 나눈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단계별 맞춤형 교육은 계속 확대되고 있으며 수요자 학생 중심의 수준별 현장 실습을 강화하고 있다.

△준비 단계: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의 영농 기초 역량을 기르는 영농창업특성화대학이 현행 5개교에서 2024년 7개교로 확대된다. 영농창업특성화대학은 기존 농대에 현장 실습이 강화된 영농창업특별과정을 개설, 운영해 전문 기술과 경영 능력을 갖춘 청년 창업농을 육성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부터 한국농수산대에서 운영 중인 청년농 아카데미 과정의 교육 대상이 재학·졸업생에서 일반 청년농까지 확대된다. 전국의 현장 실습교육장(120개소)과 첨단기술 공동실습장(24개소)의 학생 연수 비중은 50%까지 늘어난다. 이 밖에 스마트팜 보육센터에 선도 농가 실습 교육을 도입하고 수료 이후에는 선도 농가를 매칭해 현장 경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진입 및 정착 단계: 영농정착지원사업의 선발 규모가 늘어나면서 관련 교육 과정도 확대되는 추세다. 세대 특성을 고려해 유형별(승계, 신규 창업) 맞춤형 교육과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

승계농은 상속 증여 관련 세무 회계 절차 및 부모 자녀 간 경영상 갈등 해소가 주요 관심사이므로 이에 대한 교육 및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 신규 창업농의 경우 농업계 졸업생은 재배 기술 고도화와 융·복합화, 비농업계 졸업생은 농업 기초 역량과 품목별 특성 교육을 받는다.

청년농의 지역별 창업을 장려하기 위해 광역 단위에서 올해부터 9개 농업마이스터대학에 ‘청년농 CEO 양성 과정’이 신설된다. 시군 농업기술센터의 ‘청년농업인대학’을 현행 21개소에서 30개소로 늘려 경영 마케팅 역량까지 배우는 기회를 제공한다.

△성장 단계: 청년농은 창업 이후 겪는 문제들을 자기 주도로 해결하고 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선도농 멘토링과 학습공동체 지원 규모가 늘어났다. 또한 첨단 기술 기반의 품목 전문가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첨단 기술 품목 특화 전문 교육과 2040세대 스텝업 기술 교육이 확대된다.

이런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쉽게 비교할 수 있도록 한곳에 모아 달라는 요청에 따라 농업교육포털에 통합해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서비스가 올해 상반기 시작됐다. 포털에서는 영농기술·농업경영 교육뿐만 아니라 고용노동부의 국민내일배움훈련 과정, 용접·기계 등 기술·공학교육, 중소벤처기업부의 창업 단계별 교육 정보, 교육부의 인문·문화·외국어교육 등 다른 부처와 기관의 교육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청년농 육성 규모에 맞춰 성장 단계별 교육 체계를 강화하고 ‘농업교육포털’을 편리하게 구성해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전문 농업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공기업 감동경영#청년농#농업교육#소월당#배빵#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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