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이요? 아빠부터 살려야죠”…간 내어준 고2 아들

  • 뉴시스
  • 입력 2023년 8월 31일 16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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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경화에 간암재발 위험 아버지 이식 불가피
아들 "가족 중 유일하게 이식가능…기증 당연"

고등학생인 아들이 간경화로 오랜 기간 투병해온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간의 일부를 기증한 소식이 전해졌다. 수술 결과도 좋아서 아버지와 아들 모두 건강을 회복 중이다.

31일 고려대 안산병원에 따르면 지난 9일 고등학교 2학년인 이모군은 이 병원에서 간의 일부를 간경화를 앓고 있는 아버지(49)에게 떼주는 생체 간 이식 수술을 받았다.

아버지 이씨는 지난 15년부터 B형 간염으로 인한 간경화를 앓고 있었다. 집 근처 병원을 다니며 약을 복용하다가 증상이 악화됐고 2019년 토혈로 인해 고대 안산병원에서 진료를 보기 시작했다. 지난해 5월 간암까지 발병하자 간 이식을 고려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간을 기증할 공여자를 찾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간 이식은 크게 생체 간 이식과 뇌사자 간 이식으로 나뉘는데, 국내에서는 뇌사자 기증이 드물어 가족 중 공여자를 찾는 경우가 많다.

보통 성인 보호자가 우선적인 대상자가 되지만, 이씨의 배우자는 간의 크기가 작아 공여자로 적절치 않았다. 이씨의 여동생은 B형 간염을 앓고 있어 공여가 어려웠다. 이씨의 첫째 아들은 기흉이 있어 기증자로 적합하지 않았다. 이씨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가족은 둘째 아들 이모군 밖에 없었다.

이군은 만 16세로 법적으로 간 기증이 가능했지만, 수술에 따른 위험성은 항상 존재하고 이군이 어려 의료진과 가족 모두 깊은 고심에 빠졌다. 의료진들은 이군이 만 17~18세가 될 때까지 기다린 후 이식을 진행하는 차선책도 고려했지만, 이 씨의 상태가 위독했고 무엇보다 간을 기증하겠다는 이군의 의지가 강해 간 이식 수술을 결정했다.

아버지와 아들은 같은 날 수술대에 누웠다. 간이식 수술팀이 두 사람의 상태를 확인했고 곧바로 수술에 들어갔다. 아들의 간의 일부를 간담췌외과 김상진 교수가 적출한 데 이어 한형준 교수가 아들의 간을 아버지에게 이식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이모군은 빠르게 회복해 11일 만에 퇴원했고, 이씨도 퇴원을 앞두고 있다.

이 군은 “가족 중에 유일하게 내가 아빠를 살릴 수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당연히 간을 기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수술을 받는 것이 조금 두렵기는 했지만 아빠를 살리는 것이 훨씬 더 중요했다”고 말했다.

병상에 앉아있던 이 씨는 곁에 있던 아들의 팔을 잡아 몸 쪽으로 끌어당기며 “아들이 너무 고맙고 기특해서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고 말했다. 이어 “간 기증 수술을 받느라 (아들이)중요한 시기에 입원해 학업에 지장을 준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라고 했다.

이식 수술을 집도한 한 교수는 “환자는 간경화가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로 내원했고, 계속된 치료에도 간암 재발의 위험이 있어 이식이 불가피했다”며 “수술 이후에도 꾸준한 관리가 중요한 만큼 환자와 기증자 모두 건강하게 생활하실 수 있도록 향후 진료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고려대 의료원은 지난 2018년 안암병원, 구로병원, 안산병원까지 3개 병원을 아우르는 통합 간이식 진료팀을 꾸렸다. 의료원 산하 3개 병원이 개별적으로 운영하던 인력, 자원, 운영 프로그램을 하나로 통합해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인력 부족 문제가 해소된 것은 물론 개별 병원의 강점과 수술 노하우가 결합되면서 생체 간 이식의 경우 100%에 가까운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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