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경 뽑아요 안 뽑아요?”…오락가락 발표에 시민들 혼란

  • 뉴시스
  • 입력 2023년 8월 27일 07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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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만에 '적극 검토'→'필요시 검토'
"제대로 검토도 않고 덜컥 발표하나"
경찰 내에서도 "현장 경찰관 늘려야"

흉악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의무경찰제(의경) 재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던 정부가 하루 만에 “필요하다면 검토하겠다는 것”이라며 ‘톤 조절’에 나서면서, 사실상 백지화로 받아들이는 시각이 다수다.

27일 시민들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의경 재도입 보도 직후 ‘군대 미루고 의경 지원하겠다’는 글이 다수 올라오기도 했는데, 설익은 정책을 발표하고 하루 만에 뒤집었다며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잖다.

총리실은 지난 25일 ‘현장 중심으로 경찰 내 인력 배치 조정’을 우선순위라고 밝히면서 “이러한 조치에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확보 차원에서 추가적인 보강이 필요하다면 폐지된 의무경찰 제도의 재도입도 검토하겠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7500~8000명 정도 인력을 순차적으로 채용하는 방안을 관계부처와 협의하겠다고 발표한 지 단 하루 만이다.

군 입대를 앞둔 청년들이나 부모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때 만연한 구타 및 가혹행위로 도마에 오르기도 했지만, 자유로운 외출·외박 등 군보다 상대적으로 복무 여건이 낫다는 점 때문에 의경은 입대를 앞둔 청년들에게 선호도가 높았다.

대학생 김모(20)씨는 “공군을 지원하려다가 서울에서 근무할 수 있다는 점, 군보다 자주 나올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의경을 알아보고 있었다”며 “정부 내에서 제대로 검토도 않고 덜컥 발표했던 것 아니냐”고 했다.

스무살 자녀를 둔 아빠 양모(50)씨도 “전방 사단에서도 장병이 부족해 문제라는데 의경 8000명 채용이 가능한지 의문이었다”며 “(의경을) 폐지하는 데도 5년이나 걸렸다는데, 없앤 제도를 몇 개월 만에 다시 만든다고 하는 게 애초에 황당한 일 아니냐”고 말했다.

경찰 내부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의경 대신 현장 경찰관 증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일선 경찰관은 내부망 게시판에 “땜빵식 인력증원은 또다른 문제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값싸게 위험한 업무에 젊은이들을 투입한다는 비판도 있다”며 “정부에 경찰 정원 8000명 증원해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의경이 아니라 경찰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다른 한 경찰관은 “8000명이 아니라 8만명을 증원해도 현재 구조라면 인력이 경찰청, 지방청, 경찰서에 배치돼 현장은 언제나처럼 인력 부족에 시달릴 것”이라며 “정확한 조직 진단으로 인력 재배치가 이뤄지지 않는 한 치안 강화 대책은 뜬구름 잡기에 다름 아닐 것”이라고 썼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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