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간 전략산업 첨단기술 공동연구 확대[기고/전윤종]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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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윤종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원장
전윤종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원장
세계 경제 질서가 재편되며, 지난 40년을 풍미한 다자적 자유무역 질서도 변화하고 있다. 일반적인 범용 재화(commodity)는 기존의 글로벌 공급망을 따라 글로벌 교역과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전략산업과 첨단기술 분야에서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시되고, 가치를 공유하는 경제권을 중심으로 새로운 협력과 유대가 형성되고 있다.

우리 정부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올 4월 국빈방문에 이어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 양국 정상은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 전략산업과 첨단기술 분야에서 협력 확대를 강조했다. 미국은 반도체, 바이오, 자율차, 로봇, 인공지능 등 주요 원천기술에서 세계 최고의 절대강자다. 한국의 기술은 미국 대비 약 90% 수준에 그치지만, 제조 및 상용화는 잘한다. 한미 간 기술 협력으로 우리는 첨단기술을 개발하고, 미국은 생산 역량을 강화하는 상호 ‘윈윈’ 성과를 낳을 수 있다. 나아가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선제 대응해 우리 산업을 굳건히 할 수 있다.

사실, 한국과 미국은 이미 핵심 기술 파트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 후 1년간 한국 기업의 유관 투자는 총 20건으로 유럽, 일본보다 많다. 한국의 대미 수출은 호조세를 이어가며, 작년에 677억 달러의 경상흑자를 보였다. 이처럼 활발한 교역과 투자 기조에 맞추어 우리 정부는 미국과의 국제협력 연구개발(R&D) 프로그램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주미 한인 네트워크를 통한 공동연구도 활성화해야 한다.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KSEA)는 회원만 3만 명이다. 단순 가교 역할을 넘어 공동연구의 주역이 되어야 한다. 대미 투자 대기업, 국내 중견·중소기업 및 유관 미 기업 간 국제 공동연구도 혁신적 협력 방안이 될 수 있다. 전력반도체 후공정 패키지 개발, 차세대 배터리 전고체 소재 개발, 인공지능 기반 의약품 공정 혁신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협력의 필요성이 크다. 미국 실리콘밸리, 보스턴 등 첨단클러스터 내 유수의 글로벌 대학·연구기관과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R&D 전진기지(랜드마크 R&D) 모델도 큰 성과를 낳을 수 있다.

제도적 기반도 보강돼야 한다. 해외 연구자도 국내 R&D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고, 공동연구 성과가 국내 산업 발전에 유입될 수 있는 지식재산권 활용 방안도 정착돼야 한다. 외국인도 국내 R&D 시스템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영문 서비스 제공 등 R&D 행정의 글로벌 표준화가 갖춰져야 한다.

대만 출신의 미국인 모리스 창은 미국의 설계기술과 대만의 생산 역량을 결집해 세계 최대의 시스템반도체 업체인 TSMC를 일궜다. TSMC는 대만 경제의 상징을 넘어 핵심 안보 자산이 되었다. 한미 간 전략산업·첨단기술 공동연구도 TSMC를 능가하는 초일류 기업의 탄생, 초격차 기술 확보로 가는 첩경이 될 것이다.

전윤종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원장
#한미 간 전략산업#첨단기술 공동연구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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