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국민연금 본인부담, 월평균 4만9000원 오를듯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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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자문위, 이르면 2025년 인상 제안

국민연금 제도 개선을 논의하는 정부 자문기구인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재정계산위)가 매달 내는 직장 가입자의 평균 보험료를 최소 9만 원 올리는 개편안에 잠정 합의했다. 보험료를 올리고 연금 수령 나이를 늦추는 등의 조치를 통해 연금기금 소진 시점을 2055년에서 2093년 이후로 미룰 수 있을 것으로 계산했다.

17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재정계산위는 18일 제21차 회의를 열고 이런 개편안을 담은 보고서를 보건복지부에 제출한다. 민간위원 13명과 정부위원 2명으로 구성된 재정계산위는 국민연금법에 따라 5년마다 재정 여건과 출산율 등을 따져 개편안을 제시한다. 이번이 5차 재정계산이다.

재정계산위는 지난해 11월 30일 이후 약 8개월간 ‘내는 돈’인 보험료율과 ‘받는 돈’인 소득대체율을 현행 9%와 40%에서 각각 어떻게 조정할지를 논의해 왔다. 그 결과 소득대체율은 그대로 두고 보험료율을 이르면 2025년부터 12∼18%로 인상하는 ‘재정안정화 방안’과,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면서 보험료율을 13%로 인상하는 ‘노후소득 보장 방안’을 도출했다. 두 가지 방안 모두 최소 3%포인트의 보험료율 인상을 전제한다. 올 4월 기준 직장 가입자의 월평균 보험료(29만2737원)에 대입하면 직장인은 매달 9만7579원(본인과 회사가 절반인 4만8789원씩 부담)을 더 내야 한다는 뜻이다. 지역 가입자는 월평균 4만2011원을 더 낸다.

복지부는 재정계산위가 내놓은 개편안에 대해 30일경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한 뒤 10월 말 정부안으로 재정리해 국회에 제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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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보험료 조정 제안
연금 보험료율 인상폭 낮추려면
받는 나이 늦추거나 국고투입 필요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70년 후에도 국민연금 기금을 남기는 것이다. 이론상으론 5년 후인 2028년에 태어날 아이가 만 65세 노인이 될 때까지 기금이 소진되지 않도록 설계한다. 국민들이 ‘미래 세대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대의에 동의해 보험료 인상이라는 ‘쓴 약’을 감내해줄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현행 제도 아래서 보험료 인상만으로 2093년까지 기금을 유지하려면 당장 2025년부터 보험료율을 17.86%로 올려야 한다. 국민이 수용하기도, 국회의 동의를 얻기도 어려운 방안이다. 보험료율 인상 폭을 줄이려면 연금 받는 나이를 늦추거나 국고를 투입하는 등 여러 재정안정화 조치가 동반돼야 한다. 재정계산위가 내놓은 ‘연금 개혁 방정식’이 더욱 복잡해진 이유다.

● 재정계산위 방안대로면 수십 개 개편안 나와


재정안정화 방안은 보험료율을 △12% △15% △18%로 각각 인상하는 세 가지 시나리오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연금받는 나이를 현행 65세에서 66∼68세로 늦추거나 연평균 4.5%인 기금 운용 수익률을 5.0∼5.5%로 높이는 등의 조치를 조합하는 방식으로 구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후소득 보장 방안도 상황은 비슷하다.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면서 보험료율을 13% 수준에 묶어두려면 보험료 외에 추가적인 재원이 필요하다. 따라서 건강보험 제도처럼 국민연금 재정에도 국고를 투입하거나, 주식 수익 등 자본소득에도 추가로 보험료를 매기는 보완 조치가 뒤따른다. 재정계산위가 크게 두 가지 방안을 도출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수십 개의 시나리오를 제안한 셈이다.

다만 재정계산위 내에선 재정안정성을 고려해 소득대체율을 유지하자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득대체율 인상 필요성을 주장해온 일부 위원은 이런 방향성에 반발해 11일 열린 20차 회의에서 집단 퇴장하기도 했다. 재정계산위는 18일 마지막 회의를 열고 내부 의견 봉합에 나설 방침이다.

● 국민연금 개편안, 다시 복지부로


일각에선 국민연금 개편에 있어서 모두가 만족하는 방안이 도출되기 어려운 만큼, ‘최선’이 아닌 ‘차악’의 방안일지라도 실행에 옮기는 데 더 힘을 모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8년 4차 재정계산 당시엔 복지부가 재정 안정과 노후소득 보장 사이에서 한쪽을 택하지 못한 채 복수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원동력을 잃었고, 개편도 결국 무산됐다.

국민연금법에 따라 복지부는 10월까지 국민연금 개편안을 제출해야 한다. 이번에도 수십 개의 시나리오를 받아 든 복지부가 단일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개혁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연금 개혁은 다시 공전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 초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국민연금 개편안 도출에 실패하고 복지부로 공을 넘긴 바 있다.

만약 이번에도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을 포함한 개혁안이 좌절되면, 5년 후에는 더 비싼 청구서를 받게 될 게 확실시된다. 재정계산 시점으로부터 70년 후까지 기금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보험료율은 2013년 3차 재정계산 당시 12.72%였지만 2018년엔 16.02%로 올랐고, 올해 기준으로는 17.86%가 됐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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