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교권침해 피해 교사 10명중 6명, 휴직 등 조치없이 현장복귀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28일 21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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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추모객들이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이초 신규 교사를 추모하고 있다. 2023.07.27. 뉴시스
27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추모객들이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이초 신규 교사를 추모하고 있다. 2023.07.27. 뉴시스
학생으로부터 폭언 등으로 피해를 입은 교사 10명 중 6명이 별다른 조치 없이 교육 현장에 복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의 한 초등학교 교사 정모 씨(30)는 지난해 5학년 담임을 맡았다가 한 학생의 지속적인 수업 방해와 위협 행위를 견디지 못해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 개최를 요청했다. 하지만 해당 학생에게는 교내 봉사 처분이, 정 씨에게는 휴가 하루가 주어졌다. 이틀 만에 교단에 서야 했던 정 씨는 “교보위는 피해 교사 보호 목적보다 해당 학생 교화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며 “복귀 후에는 한 학기가 끝날 때까지 학생의 폭언에 시달려야 했다”고 말했다.

28일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 피해교원 조치 현황에 따르면 학교로부터 연가나 휴직, 전보 등의 처분을 받은 교사는 지난해 3035명으로 나타났다. 2020년 1197명, 2021년 2269명에 이어 매년 늘어나고 있는 것.

지난해 기준 피해 교사 3035명 중에서 정 씨처럼 연가나 병가 등 휴가 처분을 받은 교사는 1056명이었고, 자신의 희망으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교사가 752명이었다. 59.6%에 이르는 피해 교사 1808명이 별 다른 조치 없이 교육 현장으로 복귀한 셈이다.

문제는 교보위조차 열리지 않았던 피해 사례가 많다는 점이다. 지난해 교권치유지원센터에 접수된 심리상담건수는 약 2만 건에 육박했지만 교육부가 집계한 교육활동 침해건수는 3035건에 그쳤다. 이 때문에 교사들은 “집계되지 않은 피해 교원 수가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한 채 발견된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 A 씨(25) 역시 이런 상황에 놓여 있었다는 증언도 이어지고 있다.

A 씨의 유족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A 씨의 메모장에는 ‘어머님, 왜 우리 아이한테만 그러느냐고요? 어머님, 그러면 ○○이가 무슨 짓을 하든 그냥 놔둬야 하나요? 그러면 되나요?’라는 글이 써 있었다”며 “학부모 민원이나 압력으로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알 수 있는 정황”이라고 말했다.

또 “극단적 선택을 하기 일주일 전쯤인 12일경 학생들끼리 연필로 상처를 냈던 사건과 관련해 A 씨가 카카오톡으로 눈물을 뚝뚝 흘리는 이모티콘을 보내왔다”며 “무슨 일인지 물으니 ‘너무 힘들다’고 답해왔다”고 밝혔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교권침해 학생 아니라 보호자에 대한 특별교육을 의무화하겠다”고 말했다. 가해 학생의 처분 조치와 관계 없이 해당 학생의 보호자까지 특별교육을 받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강득구 의원은 “현재 교권침해에 대해 교사가 대응할 수 있는 제도는 학교 내 교권보호위원회뿐인데도 그 처분은 교권 회복을 담보하지 못하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교육 주체들의 목소리를 듣고 현장에 부재한 교권 보호 시스템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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