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어” “눈치 보여”…직장인 56% 여름휴가 못 가거나 고민 중

  • 뉴시스
  • 입력 2023년 7월 23일 12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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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 계획 없거나 미정' 56.1%
이 중 '경제적 여유 없어서' 61.9%
'회사에 눈치 보여서 포기' 7.5%
비정규·저임금 노동자 등 두드러져

직장인 5명 중 1명은 ‘경제적 이유’로 이번 여름휴가를 포기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3일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업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23년 여름휴가 계획이 있다’는 응답은 43.9%에 그쳤다.

‘여름휴가 계획이 없다’는 응답은 19.8%였고, ‘아직 정하지 못했다’는 응답은 36.3%였다. 직장인 2명 중 1명 이상(56.1%)은 이번 여름휴가 계획이 불투명한 상황인 것이다.

여름휴가 계획을 세우지 못한 응답자(561명) 중 61.9%(347명)는 ‘휴가를 갈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라고 응답 이유를 밝혔다. 또 ‘회사에 눈치가 보여서 여름휴가를 포기했다’는 응답도 7.5%였다.

특히 비정규직이고, 노조가 없고, 회사 규모가 작고, 직급이 낮고, 급여가 낮은 노동자일수록 휴가를 포기하거나 휴가 계획을 유보하는 경향을 보였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33.3%)와 300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57.1%)의 ‘휴가 계획이 있다’ 응답률 격차는 23.8%p에 달했다.

또 여름휴가 계획이 있다는 응답자(439명) 중 66%(289명)는 ‘휴가 기간이 5일 이내’라고 답했다. ‘여름휴가가 일주일을 초과한다’는 답변은 10명 중 1명(10%)에 그쳤다.

연차유급휴가 이외에 별도의 여름 특별 휴가에 대해서는 ‘보장받지 못한다’는 응답이 67.5%로 높게 나타났다.

직장갑질119는 “이번 여름휴가 설문 결과와 사례를 보면 한국 사회 대다수 노동자는 쉴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특히 비정규직, 비조합원, 중소기업, 저임금 노동자들은 돈이 없고 휴가가 부족해 여름휴가 계획조차 마음 편히 세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휴가와 관련해 갑질을 경험한 직장인들도 많았다. 올해 상반기(1월~6월) 직장갑질119에 들어온 신원 확인 이메일 제보 941건 중 103건(10.9%)은 휴가와 관련한 갑질 피해 내용이 담긴 것으로 조사됐다.

한 제보자는 직장갑질119에 “회사에 1년 근무 시 생성되는 15개 연차를 미리 당겨서 쓰는 ‘공통휴가’가 있다”며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나가게 되면 그 휴가를 썼던 기간만큼 급여에서 감액된다”며 “정말 필요하고 원할 때는 못 쓰게 하는 연차를, 회사 입장에서 필요할 때 원하지도 않는데 억지로 쓰게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제보자도 “여름휴가를 수간호사 본인만 8월에 5일로 정해놨고, 다른 간호사들 휴가 일정은 나 몰라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며 “연월차도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데, 여름휴가도 갈 수 없는 현실이 슬프다”고 전했다.

직장갑질119 야근갑질특별위원회 최혜인 노무사는 “노동자가 필요할 때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하고, 나아가 휴식을 위한 휴가 사용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며 “아울러 고용 형태, 사업장 규모 등에 관계없이 누구나 여름휴가를 누릴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지난달 9일부터 15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경제활동인구조사 취업자 인구 비율 기준에 따라 실시됐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포인트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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