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돌려차기’ 가해자 반성문 공분 “말도 잘 하고 글도 잘 쓰는데 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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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6월 13일 1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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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부산에서 홀로 귀가하던 여성을 뒤따라가 마구 폭행한 뒤 성폭행을 시도한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 남성이 항소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가운데, 가해자 이 모 씨가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한 반성문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돼 공분을 사고 있다.

13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되고 있는 이 씨 반성문에서 이 씨는 항소심 재판부에 자신의 범행이 성범죄 등의 의도가 있었던 것이 아닌 단순한 ‘묻지마 범죄’였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저와 비슷한 묻지마 범죄의 죄명과 형량이 제각각인데 왜 저는 이리 많은 징역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자신에게 적용된 혐의에 대해서도 “상해가 아닌 살인미수가 된 이유를 모르겠다”며 불만을 표했다.

그는 또 “착각과 오해로 일면식 없는 사람에 묻지마식 상해를 가한 것에 대해 깊은 잘못을 느끼고 있다. 이에 대해선 마땅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면서도 “전과가 많다는 이유라면 저는 그에 맞는 형 집행을 다 (복역)했다”고 항변했다.



이 씨는 또 “피해자분은 회복이 되고 있으며, 말도 (잘 하고) 글도 잘 쓰는 것을 봤다. 피해자라는 이유로 진단서, 소견서, 탄원서(피해자의 주장을)를 다 들어주는 것인가?”라며 자신이 피해자의 건강 상태를 평가하기까지 했다.

검찰이 항소심에서 강간살인미수 혐의로 공소사실을 변경한 데 대해서도 “검찰도 역시 제가 성범죄를 저질렀을 것이라고 끼워 맞추고 있다. 그저 ‘뽑기’ 하듯 되면 되고 안 되면 마는 식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씨는 반성문에서 오직 재판부에게만 “존경하는 재판장님”이라며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 “제가 저지른 잘못은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인정하지만 살인미수 형량 12년은 너무하다”고 호소했다.



피해자 A 씨는 자신의 SNS에 이 씨의 반성문을 공유하며 “다리가 마비되고 온 몸이 멍투성이였을 때보다 피고인이 꾸준히 내고 있는 반성문을 읽는 지금이 더 아프다”고 적었다.

A 씨는 “피고인이 이제는 좀 바뀌었을까 싶어 고통스럽지만 가해자가 낸 반성문을 꾸준히 확인하는데 이러한 내용의 반성문을 확인할 때마다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반성문이 감형의 사유가 되나, 언제쯤 이 가해는 끝이 날까, 저는 언제까지 고통 받아야 하나”라고 덧붙였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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